성폭력 부친 살해한 세 자매 살인죄 적용에 러시아 논란

입력 2019-12-09 19:11
아버지 미하일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세 딸 크리스티나(왼쪽부터)와 안겔리나, 그리고 마리아. AFP 연합뉴스

러시아에서 성폭행과 학대를 일삼은 아버지를 살해한 세 자매에게 살인죄가 적용됐다.

지난 3일(현지시간)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중요범죄 수사기구인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장녀 크리스티나 하탸투랸(21)과 차녀 안겔리나 하탸투랸(19)을 계획 살인 혐의로 기소할 것을 권고했다.

2011년 설립된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는 기소권은 없고 수사권만 있는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이른바 ‘러시아판 FBI’라고 불리고 있다.

세 자매는 2018년 7월 모스크바 자택 안락의자에서 잠을 자던 미하일 하탸투랸(57)을 흉기로 찌르고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세 자매 중 첫째와 둘째는 아버지를 칼로 찌르고 망치로 때려 치명상을 입힌 것으로 알려졌다.

알고보니 세 자매는 부친으로부터 지난 몇년간 성적·정신적 학대를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미하일은 딸들을 성폭행하는가 하면 딸들을 방에 가두고 얼굴에 후추 스프레이를 뿌리기도 했다.

연방수사위원회는 “정상 참작 상황이 있다”면서도 “장녀와 차녀는 정신에 이상이 없으며 범행 당시 자신들의 행동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반면 막내인 마리아 하탸투랸(17)에 대해서는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도록 권고했다. 유죄가 확정되면 크리스티나와 안겔리나는 최대 2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도 있다.

시민들이 세 자매의 정당방위를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AFP 연합뉴스

이에 세 자매의 변호인과 인권운동가들은 이들 자매가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아버지를 죽일 수 밖에 없었다는 정당방위를 주장하며 피해자에 대한 법적 보호가 불충분함을 지적하고 있다. 차녀 안겔리나의 변호인 마리 데브티안은 “세 자매는 합리적인 힘으로 자신들을 방어했으므로, 이 사건을 재판에 회부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인권운동가들 역시 이들 자매를 범죄자가 아닌 가정폭력의 희생자로 대우하고 실형을 내리는 대신 국가에서 도움을 줄 것을 요구했다. 또한 35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세 자매를 석방하라는 청원서에 서명하고 시위를 벌이는 등 연방수사위원회의 권고에 항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세 자매는 의사소통이 전혀 불가능한 별도의 거주 공간에서 지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설희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