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는 문재인정부의 ‘정규직 전환 1호’ 사례로 꼽힌다. 그런데 자회사 설립과 채용시험 등을 놓고 노사간 파열음이 나고 있다. 급기야 노조는 총력 투쟁을 하겠다고 선포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조합원들은 9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인천공항공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공사가 동의 없이 자회사를 추가 설립하고, 이미 입사한 직원들에 대해 별도의 채용시험을 치르는 것을 수용할 수 없다”며 “노동자 탄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오는 17일까지 자회사 설립 및 채용 절차 관련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조합원 약 2000명이 참가하는 총력 투쟁대회를 벌일 계획이다.
인천공항공사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에 있어 상징적인 곳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3일 만인 2017년 5월 12일 이곳을 찾았다. 당시 문 대통령은 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 앞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정일영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비정규직 직원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공사는 이후 자회사 설립을 통한 정규직화 작업을 2년 반째 진행해왔다. 제1자회사(인천공항시설관리)와 제2자회사(인천공항운영서비스)를 만들어 용역업체 소속 비정규직 3300여명을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지난 6일 공사가 제3자회사(가칭 공항경비보안) 설립을 의결하자 노조가 반발했다. 2개의 자회사 설립은 2017년 12월 노사전문가협의회에서 합의됐지만, 세 번째 자회사는 일방적으로 추진됐다는 게 이유였다. 김정수 노조 부지부장은 “지난주 세 번째 자회사 설립을 통보받았는데, ‘자회사 쪼개기’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2개의 자회사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데도 추가로 자회사를 만든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 조합원은 “공사는 경영전문성, 지속가능성을 위해 자회사를 만든다면서 노동자들에게 자회사 연구용역자료를 공개하지 않았다”며 “자회사를 쪼개면 다시 용역업체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 자회사 추가 설립이 또 다른 고용불안을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사가 2017년 5월 이후 입사자 4400명(자회사 포함)에 대해 인·적성 검사, 면접 등 채용시험을 별도로 치르기로 한 것도 노조를 자극하고 있다. 공사는 내년 6월까지 채용검증을 위한 태스크포스(TF)와 채용절차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이들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도 벌일 예정이다. 박대성 노조 지부장은 “채용시험을 추가 도입하는 것은 이미 입사한 직원을 채용 비리자로 의심하고, 해고자를 만들려는 조치”라며 “혹시라도 채용비리가 있다면 TF와 심의위를 거쳐 가려내면 된다”고 말했다.
공사 측은 용역업체 소속 경비 노동자들은 자회사 설립을 통한 정규직 전환만 가능한 게 현실이라고 반박했다. 현행 경비업법상 경비를 담당하는 회사는 청소·시설관리 등 다른 업무를 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공사는 또 경비 자회사 설립 문제는 지속가능성을 고려했을 때 불가피한 선택이고, 자회사 연구용역자료는 경영 전략 문제로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공사 관계자는 기존 입사자에 대한 별도 채용시험에 대해서도 “지난 9월 공사 소속 3604명의 채용 과정을 점검한 감사원이 서류·면접심사표 및 채용방식 확인 불가, 비공개 채용 등 사례를 언급하며 채용 공정성을 지적한 데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인천=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