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DT는 이제 필수”…이통3사, 미래먹거리 육성에 ‘올인’

입력 2019-12-10 04:00

이동통신사들이 5G 산업 본격화에 맞춰 조직 개편을 통한 미래 먹거리 육성에 나선다. 인공지능(AI) 기술 고도화와 디지털 기반으로 사업 전반을 전환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주요 화두다. 유임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과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이 조직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고, KT는 내년 초쯤 차기 회장의 등장과 함께 비슷한 청사진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AI를 내년 화두로 제시했다. 앞서 SK텔레콤은 지난 5일 조직 개편 발표를 통해 조직을 무선사업(MNO)과 신사업(New Biz) 부분으로 이원화했다. 회사의 새 슬로건으로 ‘New ICT 기업’을 내건 가운데 신사업 조직을 전통적 매출 통로였던 무선사업과 대등한 위치 선상에 놓겠다는 의지다.

기술 조직은 현재 분산 운영되고 있는 AI(인공지능)센터, ICT기술센터, 디지털전환(DT)센터의 사업별 기술지원 기능을 CTO(최고기술책임자)가 총괄하는 ‘AIX센터’로 통합했다. AI가 모든 사업의 핵심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애플에서 AI 비서 ‘시리’ 개발팀장으로 재직한 후 SK텔레콤으로 합류한 김윤 AI센터장이 지휘를 맡는다.

SK텔레콤 관계자는 “AI는 이제 ICT기업이라면 누구도 빠짐없이 집중해야 할 필수 분야”라며 “이번 조직 개편에도 사업 곳곳에 AI를 적용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보안영역에서는 SK텔레콤 자회사인 ADT캡스의 CCTV 관제에서 AI가 화면 속 인물의 수상한 행동을 식별함으로써 기존보다 빠르게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 이밖에 음원서비스인 플로(FLO)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웨이브(wavve) 플랫폼에서 사용자 맞춤형 추천 기능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SK텔레콤의 최고인프라책임자(CIO) 조직에 SK그룹 차원의 디지털 전환 작업을 맡긴 점도 눈길을 끈다. 그룹 계열사 중에서도 가장 광범위하고 다양한 데이터를 축적해 온 SK텔레콤이 이를 기반으로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거나 새로운 적용 분야를 개척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이밖에 신규 사업 분야로 주목받는 디지털 광고와 게임, 클라우드 등은 별도로 전담 조직을 만들었다.

LG유플러스는 이보다 앞서 지난달 조직개편의 청사진을 공개했다. 모바일 사업을 담당하는 ‘PS(퍼스널 솔루션) 부문’과 IPTV 및 초고속 인터넷 사업을 담당하는 ‘스마트홈부문’을 통합해 컨슈머 사업총괄을 신설하는 것이 골자다. 결합상품이 점점 대세를 이루는 데다 CJ헬로와 기업 결합을 앞둔 만큼 고객 접점을 일원화해 역량을 결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또 내년 5G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산하는 것에 발맞춰 영업조직 효율화를 통해 성과를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이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에 승진한 황현식 사장이 진두지휘한다.

디지털 전환 역시 이번 LG유플러스의 조직 개편에서 주목할 부분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공공연하게 디지털전환을 강조해 온 만큼 주요 ICT계열사인 LG유플러스가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등 드라이브를 건다. 최고전략책임(CSO) 산하 디지털 전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DX담당’을 신설해 그룹 차원의 사업 기조에 발을 맞췄다. 또 ‘DT(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그룹’을 두고 빅데이터와 AI, 클라우드 간 시너지를 도모한다.

KT는 차기 회장 선임 작업이 진행 중인 만큼 조직개편 시기는 새 지도자가 등장하는 내년 1월 이후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KT 역시 앞서 ‘AI 컴퍼니’를 선언하며 AI 기업으로서 새 비전을 제시했고, 새 OTT ‘시즌’ 출범과 5G 기업간거래(B2B) 확산에 주력하는 만큼 이 분야에 실질 성과를 낼 조직개편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KT 마케팅부문장 이필재 부사장은 지난 10월 기자간담회에서 “시장의 대세는 이미 AI로, 신임 회장이 누가 되든 이 대세를 거스를 수 없을 것”이라며 “어떤 분이 오더라도 더 강화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