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7일 서해 위성 발사장에서 진행했다는 ‘대단히 중대한 시험’에 대해 로켓엔진 시험 관측이 제기됐다. 로켓엔진은 미국 본토를 겨냥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에 사용되기 때문에, 북한이 미국에 제시한 ‘연말 시한’을 앞두고 압박을 고조시키는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제프리 루이스 미 미들베리연구소 동아시아비확산센터 소장은 8일(현지시간) 트위터에 “플래닛(상업용 위성업체)이 제공한 (시험) 전과 후로 추정되는 사진을 보면 서해에서 로켓엔진시험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썼다. 서해는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있는 위성(장거리 로켓) 발사장을 말한다.
그는 지난 7일 오후 2시25분, 8일 오전 11시25분에 촬영한 위성사진 두 장을 첨부해 비교하면서 “차량과 물체들이 시험을 위해 7일 나타났다. 이들은 8일 대부분 사라졌지만 현장은 시험에 따른 가스분출로 어지러워진 상태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7일 위성사진에는 동창리 발사장 시험대 앞에 최소 4~5대의 차량 또는 컨테이너로 추정되는 물체가 보인다. 하지만 8일 위성사진에는 엔진 시험대 남쪽 상당히 멀리까지 지표면에 먼지와 모래가 쌓이며 지형이 바뀌었다.
일본 정부도 북한의 ‘중대한 시험’과 관련해 자국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 NHK방송은 9일 방위성 간부를 인용해 이번 시험이 탄도미사일과 관련된 것으로 보고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간부는 “장거리탄도미사일 사거리를 더욱 늘리기 위한 실험 가능성도 있다”며 북한이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미국을 흔들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탄도미사일은 최초 상승 후 포물선형 탄도를 그리며 날아가 낙하하는 미사일을 지칭하는데, 중간에 대기권을 돌파하기 위해 로켓엔진을 사용한다. 교도통신은 북한이 언급한 시험 내용이 불명확하다면서도 엔진 연소 실험 등 ICBM과 관련된 것일 수 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와 관련해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을 둘러싼 동향에 중대한 관심을 갖고 정보 수집·분석을 하고 있다”며 “미국 등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필요한 정보 수집·분석, 경계·감시에 모든 힘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북한이 전념하는 것을 포함, 북·미 두 정상의 합의가 완전하고 신속하게 이행되는 것”이라며 “계속 북·미 프로세스를 확실히 후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2019년 12월 7일 오후 서해위성발사장에서는 대단히 중대한 시험이 진행됐다”며 시험이 성공적이었다고 밝히면서도 중대한 시험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