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둔화·중국 경제 불안… 금융시장 ‘새로운 복병’ 급부상

입력 2019-12-09 16:24 수정 2019-12-09 19:43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글로벌 경기 둔화와 중국 경제 불안이 한국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복병’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전 세계 교역량이 줄면서 국내 수출기업 피해가 커지고, 중국의 ‘부채 시한폭탄’은 3년 안에 금융시장을 뒤흔든다는 관측이다.

한국은행은 9일 ‘하반기 시스템 리스크 서베이 결과’를 발표하고 상위 5개 리스크 목록에 지난 5월 조사 때 없었던 ‘글로벌 경기 둔화’(40%)와 ‘중국 금융·경제 불안’(39%)이 새로 추가됐다고 밝혔다. 미·중 무역분쟁(74%)과 국내 경기 둔화 지속(52%)은 여전히 국내 금융시장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됐다. 가계부채 문제도 5월 조사(43%)와 비슷한 40%를 기록했다. 이번 설문은 지난달 13일부터 29일까지 79개 국내외 금융기관의 금융전문가 9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5개 요인을 복수 응답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금융전문가들이 글로벌 경기 둔화를 우려하는 이면에는 선진국을 강타한 ‘뉴노멀’(저성장·저물가)이 자리한다.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전 세계 소비시장은 위축되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면서 글로벌 교역량마저 줄고 있다. 한국처럼 제조업 수출로 먹고사는 신흥국은 성장을 지속할 수 없는 구조다.

중국 금융·경제 불안도 경계 대상이다. 정부의 재정정책에 힘입어 성장을 거듭해온 중국은 미·중 무역전쟁 여파, 글로벌 경기 둔화의 직격탄을 맞는 중이다. 한은은 중국의 경제 불안이 앞으로 3년 안에 한국 금융시장에 타격을 준다고 예측한다. 글로벌 금융그룹 ING에 따르면 중국 지방정부가 발행한 특수목적용 채권의 만기는 대부분 2022~2023년 돌아온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민간 부문, 세수가 줄어드는 정부 모두 대규모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질 위험이 커지고 있다.

중국 경제가 출렁이면 한국 경제도 함께 휘둘린다. 올해 한국 원화는 위안화와 동조하는 흐름을 보였다. 중국 금융시장이 불안하면 한국 외환시장은 롤러코스터를 탔다.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가중되면 민간 소비·투자는 위축돼 경기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또한 미·중 무역분쟁과 국내 경기 침체는 한국 금융시장을 위협하는 1, 2순위 요인으로 계속 지목되고 있다. 임호성 한은 금융안정국 금융안정정보반장은 “지난해만 하더라도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주요국 통화정책 리스크가 주로 언급됐는데, 올해는 대외여건 악화를 가장 우려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