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의 전략을 변경한다.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인공지능(AI), 그래픽 분야는 강화하고, 자체 개발하던 ‘코어’(AP에서 연산을 담당하는 부분) 개발은 중단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미국 오스틴에 있는 CPU(중앙처리장치) 개발팀을 해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300명 안팎이었던 이 조직은 ‘몽구스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자체 AP 코어를 개발해왔다. 지금까지 엑시노스에는 자체 개발한 코어가 탑재됐다. 하지만 스마트폰 AP 성능이 상향 평준화하면서 AI 기능 등 다른 부분이 더 중요하게 주목받자 삼성전자가 방향을 재조정한 것이다.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코어는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 ARM의 설계를 가져다 변형해서 만든 것이다. 퀄컴 스냅드래곤, 애플 A시리즈도 같은 방식이다. 기본적으로 ARM의 설계를 바탕으로 성능을 최적화하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접목한다. 스마트폰 초기만 해도 최적화 여부에 따라 성능 차이가 컸지만 요즘에는 차이가 많이 줄었다.
대신 AI와 그래픽 성능이 점점 중요해지면서 삼성전자는 이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내년 프리미엄 모델에 사용될 엑시노스 990에 듀얼 코어 신경망처리장치(NPU)와 디지털 신호처리기(DSP)를 탑재해 초당 10조회 이상의 AI 연산 성능을 확보했다. 올해 6월에는 미국 반도체 업체 AMD와 저전력·고성능 그래픽 설계 자산 이용에 대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앞으로 삼성전자가 만드는 엑시노스는 ARM의 레퍼런스 코어와 AMD의 그래픽, 그리고 강화된 AI 성능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AMD의 그래픽 자산을 언제부터 적용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엑시노스 성능을 강화해 외연 확대를 노린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삼성전자의 AP 점유율(매출 기준)은 13.1%로 퀄컴, 애플에 이어 3위다. 퀄컴 스냅드래곤은 삼성전자와 화웨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업체가 쓴다. 애플 A시리즈는 아이폰에 모두 탑재된다. 엑시노스는 삼성전자와 비보 등 중국 업체 일부가 사용하고 있는데 중국 업체를 중심으로 엑시노스 점유율 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 시리즈에 2가지 AP를 사용해왔다. 한국과 유럽에서는 엑시노스를 미국, 중국 등에서는 스냅드래곤을 썼다. 내년에 출시할 갤럭시S11에도 같은 기조가 유지될 전망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