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전 총리, “정치 경력에 도움 안 된다”며 딸 성폭행 고발 막아

입력 2019-12-09 15:48
로슬린 딜론(왼쪽부터)이 어머니 헤이즐, 아버지이자 호주 총리인 밥 호크와 나란히 한 행사에 참가한 모습. AFP 자료사진

향년 8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밥 호크 전 호주 총리가 딸이 성폭행을 당한 사실을 신고하려 하자 정치 경력에 도움이 안 된다며 입을 다물게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8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호크의 딸 로슬린 딜론(59)은 아버지의 유산을 관리하는 신탁위원회를 상대로 400만 달러를 지급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소송을 제기하며 법원에 낸 문서에 따르면, 딜론은 지난 2월 27일 7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빌 란더유 노동당 의원의 사무실에서 일하던 1983년에 란더유로부터 세 차례나 성폭행을 당했다.

란더유로부터 세 번째 성폭행을 당했을 때 딜론은 아버지인 호크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으며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호크는 딸에게 “그럴 수 없어. 지금 당장은 어떤 대화도 할 수가 없구나. 미안하다. 하지만 난 지금 노동당 당수에 도전하고 있잖니”라고 말하며 신고를 막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1976년부터 1992년까지 하원의원으로 일한 란더유는 호크와 아주 가까운 사이였으며, 호크 전 총리는 당시 노동당 당수에 도전하고 있었다.

딜론의 여동생 피터스 호크는 “가족 모두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가족들은 해당 의혹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크 전 총리는 1980년대 호주 정치를 대표한 인물로 총선을 네 차례나 승리로 이끌며 사회 변화를 주도한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그는 직설적인 언사와 함께 맥주를 즐겨 마시고 다소 불량기가 섞인 리더십을 선보였다.

소설희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