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추정의 원칙 때문에… ‘화성 사건’→‘이춘재 사건’될까

입력 2019-12-09 15:17

경기도 화성시의회가 ‘화성 연쇄살인 사건’으로 불리는 사건 명칭을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으로 교체해줄 것을 경찰에 공식 요청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전담수사본부는 화성시의회로부터 ‘화성 연쇄살인 사건’ 명칭 변경 촉구 결의문을 전달받아 검토하고 있다고 9일 밝혔다. 1986년부터 1991년까지 8년에 걸쳐 화성 인근에서 벌어진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이 이춘재로 밝혀졌으나 아직도 사건에 지역명이 붙어 있어 여전히 오명을 짊어지고 있다는 이유다. 이들은 “연쇄살인 사건이 벌어진 도시에 살고 있다는 오명을 30여 년이 지난 오늘까지 짊어지고 있다”며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이춘재 살인 사건으로 즉시 변경해달라”고 요구했다.

경찰은 요구를 검토하기로 했으나 “무죄 추정의 원칙을 지켜야하기 때문에 당장은 힘들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경찰은 지난 9월 무기수로 복역 중이던 이춘재를 해당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지목해 수사를 시작하고, 지난 10월 피의자로 입건할 때까지 신상을 직접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더욱이 이춘재의 경우 여러 범죄를 자백하긴 했지만 공소시효가 모두 끝난 상태로 형사 소송 절차를 진행할 수 없어 처벌할 수 없다.

다만 경찰은 이춘재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의자로 입건한 상태여서 신상 공개 등을 단행할 수 있다. 현재 경찰은 이춘재에 대한 신상공개위원회 개최 등을 검토하고 있다. 배용주 경기남부경찰청장은 “8차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옥고를 치른 윤모(52)씨에 대한 재심이 개시되기 전 피의자 신상 공개를 추진하겠다”며 “재심이 시작되면 피의자가 법정에 나올 가능성도 있어 그 전에 추진하려고 한다”고 했다.

만약 경찰이 이춘재의 신상을 공개한다면 ‘이춘재 사건’이 아닌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으로 명명할 것으로 보인다. 배 청장은 “피의자 신원이 공개되면 이름만 언급하는 것이 아니라 ‘연쇄살인’이라는 것을 함께 명시해주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