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신문배달 청년을 울린 할아버지의 위로

입력 2019-12-09 14:34 수정 2019-12-09 14:35
해당 사진과 기사는 무관함. 연합뉴스

지난 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신문배달 하다가 오열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글쓴이는 취업 준비생으로 매일 새벽1시부터 4시까지 아파트 단지에 신문 배달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신문 배달을 하던 어느날, 글쓴이는 한 현관문에 붙은 메모지를 발견했습니다.

‘60년 구독자입니다. 언제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수고스럽지만 신문함에 넣어주시면 고마운 마음 잊지 않겠습니다.’

보통 신문 배달은 스피드가 중요해서 문 앞에 던지고 가는데, 붓글씨로 정성스럽게 쓰신 메모와 직접 만들어 걸어둔 신문함을 보고는 차마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집만큼은 문앞까지 조용히 걸어가 신문함에 넣어주곤 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그날도 신문함에 신문을 넣기 위해 문 앞으로 살금 살금 다가가는데 갑자기 “띠리릭~” 현관문 도어락 소리가 들렸습니다. 깜짝 놀란 글쓴이는 엘리베이터로 후다닥 뛰어들어갔습니다. 왜 그랬는지 몰라도 신문 배달할 때는 구독자랑 마주치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하네요.

그러자 “잠시만요!”하며 집에서 나온 할아버지가 글쓴이를 급히 불렀습니다. 이 청년은 무슨 문제라도 있는 줄 알고 긴장된 마음으로 엘리베이터에서 나왔습니다.

해당 사진과 기사는 무관함. 게티이미지뱅크

80이 넘어보이시는 할아버지는 귤과 따뜻한 음료를 전해주시며 “날이 추운데 고생한다. 정말 감사하다”고 얘기하셨다고 합니다. 그리곤 청년을 빤히 쳐다보더니 어려 보이는 왜 이런 일을 하냐고 물으셨다고 합니다.

글쓴이는 중간에 진로를 변경해서 남들보다 시작이 늦었고 이런저런 일을 하며 취업준비 중인데 어머니 환갑 기념 여행을 보내드리려고 신문배달을 하고 있다고 자기 얘기를 털어놨습니다. 그런 얘기를 하면서 눈물을 글썽거리기도 했습니다.

할아버지는 얘기를 듣고 난 후 글쓴이의 손을 꼭 잡으며 “인생을 살아보니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하면 꼭 빛을 보더라”고 위로의 말씀을 해주셨다고 합니다.

할아버지 손은 정말 따뜻했다고 합니다. 할아버지의 온기가 그대로 전해지면서 좌절감으로 꽁꽁 얼어붙었던 글쓴이의 맘도 사르르 녹기 시작했다고 전했습니다. 할아버지는 청년과 헤어지며 “돈도 꿈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건강이 최고!”라면서 차조심, 몸조심을 당부하시고 꼭 안아주시기도 했다고 합니다.

해당 사진과 기사는 무관함. 게티이미지뱅크

글쓴이는 아파트에서 나오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고 합니다. 아무도 없는 새벽에 오토바이 앞에서 소리 없이 울었다고 하네요.

글쓴이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습니다.

“힘들고 지쳐 쓰러질 것 같을 때면, 어디선가 낯선 위로의 손길들이 등장해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게 됩니다. 날은 계속 추워지고, 나이는 계속 먹어가고 사는건 여전히 힘들지만 저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제 길을 위해 달리렵니다! 그동안 도움 주신 모든 분들에게 보답하는 그날까지 더 열심히 살렵니다! 감사합니다. 다들 행복하세요! 아자!”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김지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