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박이에요”…지구 최강 밴드 U2, 고척돔에서 첫 내한공연

입력 2019-12-08 23:03
앙코르곡으로 ‘원(One)’이 공연장에 울려 퍼지자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 2만8000명은 한목소리로 노래를 따라 불렀다. “원 러브, 원 블러드, 원 라이프(One love, One blood, One life)….” 마이크를 잡은 가수는 노래를 통해 우리는 서로 지켜줘야 한다고, 우리는 하나라고 열창했고 관객들은 엄청난 ‘떼창’으로 화답했다. 리듬에 맞춰 플래시를 켠 휴대전화를 흔드는 관객도 한두 명이 아니었다.

8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U2의 첫 내한공연.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8일 이 같은 장관이 펼쳐진 곳은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이었다. 이곳에서는 이날 오후 7시25분부터 2시간 넘게 밴드 U2의 한국 콘서트가 열렸다. U2는 그동안 한국의 음악팬들이 내한을 가장 학수고대한 팝스타로 첫손에 꼽히곤 했지만 공연이 성사된 건 처음이었다. 많은 한국인이 이들의 무대를 기다린 건 U2가 세계 음악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그만큼 대단해서다.

1976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결성된 U2는 2억장에 달하는 음반 판매고를 올렸고 그래미어워즈에서는 22차례나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결성 이후 원년 멤버인 보노(보컬), 디 에지(기타), 래리 멀렌 주니어(드럼), 아담 클레이턴(베이스)이 지금까지 멤버 교체 없이 활동하고 있다. 아스라한 공간감이 느껴지는 특유의 사운드를 통해 U2는 하나의 장르가 됐다. 정치적이고 때론 철학적인 메시지를 노래에 녹여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무엇보다 이 밴드를 특별하게 만든 건 콘서트다. “스타디움 록 공연의 최고 경지”라는 평가가 있을 정도다. 내한 공연은 U2가 2017년 개최한 ‘조슈아 트리 투어(Joshua Tree Tour)’의 연장 공연이었다. 밴드의 대표작인 ‘조슈아 트리’ 발매 30주년을 맞아 개최한 이 투어는 2년 전 세계 곳곳에서 51회에 걸쳐 열렸고 올해 재개됐다. U2는 내한 공연을 위해 화물 전세기 3대 분량의 장비를 공수했다. 무대에는 국내 콘서트 사상 최대 규모인 LED 스크린(가로 61m, 세로 14m)이 세워졌다. 20m가 넘는 돌출 무대도 눈길을 끌었다.

8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U2의 첫 내한공연.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콘서트는 U2의 대표적인 히트곡 중 하나인 ‘선데이 블러디 선데이(Sunday Bloody Sunday)’로 시작됐다. 이 곡의 드럼 전주가 나오자 객석은 열광의 도가니로 바뀌었다. U2는 ‘아이 윌 팔로우(I Will Follow)’ ‘프라이드(Pride)’ 등을 열창했고 공연은 절정을 향해 치달았다. ‘조슈아 트리’의 첫 트랙인 ‘웨어 더 스트리츠 해브 노 네임(Where the Streets Have No Name)’을 시작으로 이들은 이 음반 수록곡 전곡(11곡)을 트랙 리스트 순서대로 들려줬다. LED 스크린에선 노래에 어울리는 영상이나 사진이 간단없이 등장했는데 무대를 보고 있으면 ‘종합 예술’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정도였다. U2의 최고 히트곡이라고 할 수 있는 ‘위드 오어 위드아웃 유(With or Without You)’의 후렴구에서는 관객들의 떼창이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서울은 U2가 벌이는 월드투어의 기착지 중 한 곳에 불과했지만 무대 연출에서는 한국 팬들을 위해 준비한 사진이나 자막도 수두룩했다. 보노는 공연 도중 한국어로 “감사합니다. 한국 대박이에요”라고 외치기도 했다.

U2는 조슈아 트리 수록곡을 전부 부르고 무대에서 내려갔지만 관객들의 환호가 이어지자 다시 등장했다. ‘엘레베이션(Elevation)’을 시작으로 앙코르곡으로만 8곡을 내리 불렀다. 특히 여성 인권 이슈를 다룬 ‘울트라 바이올렛(Ultra violet)’을 부를 때는 LED 스크린에 시인 나혜석, 문재인 대통령 부인인 김정숙 여사, 최근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가수 설리 등의 사진이 내걸렸고 말미에는 이런 한글 자막까지 등장했다. “우리 모두가 평등해질 때까지는 우리 중 누구도 평등하지 않다.”

김정숙 여사는 U2의 내한공연을 직접 관람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9일 보컬인 보노를 청와대로 초청해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사회운동가이기도 한 보노는 빈곤과 질병 종식을 위한 기구인 ‘원(ONE)’을 설립하고 평화를 위한 각종 캠페인을 전개해 한때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었다.

8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U2의 첫 내한공연.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