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은 청와대에 김기현 전 울산시장 비리를 알린 ‘제보자’였고, 청와대 인사와 지역 공약을 의논한 선거캠프 핵심이었으며, 또 한편으로는 경찰의 김 전 시장 수사 과정에서 중요 참고인이었다. 울산경찰청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비리와 관련해 압수수색을 하기까지도 송 부시장의 진술이 핵심 역할을 했다. 압수수색은 김 전 시장이 울산시장 후보로 자유한국당 공천을 받던 날 이뤄졌다.
울산 지역에서는 송 부시장이 ‘제보자’로 판명되기 이전부터 이번 사태의 연결고리라는 주장이 파다했다. 송 부시장의 제보가 밝혀졌을 때 김 전 시장 측의 반응은 “그럴 가능성이 컸다고 봤다”는 것이었다. 검찰은 김 전 시장 측 인사를 참고인으로 불러 청와대의 하명 수사,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한 송 부시장의 행적을 복원하고 있다.
8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김 전 시장의 비서실장이었던 박모씨를 지난 7일과 8일 연이틀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박씨는 비리 당사자로 지목돼 울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수사를 받다가 지난 3월 검찰에서 최종 무혐의 처분을 받은 이다. 검찰은 박씨를 상대로 송 부시장이 지난해 지방선거를 전후해 진행된 울산경찰청의 수사에 도움을 준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 질문했다고 한다.
박씨는 “지난 10월 29일 울산지법에서 열린 전직 경찰 수사팀장 공판에서 알게 됐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판에서 검찰은 ‘2017년 12월 7일 송 국장 14시’ 문구가 있는 성모 전 경위의 수첩을 화면에 제시했다. 검찰은 성 경위 상사인 정모 울산경찰청 지능수사범죄수사대장을 상대로 “이 국장이 송병기 경제부시장이냐”고 물었다. 정 지수대장은 “예”라고 답했다. 경찰이 송 부시장을 만났다는 인정이었다.
박씨는 자신의 집무실이 압수수색되던 지난해 3월 16일 당일 읽어 기억하던 압수수색영장의 내용을 떠올렸다. 영장에는 “박씨가 레미콘 업무 담당 공무원을 불러 질책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전직 공무원’ 진술이 수사가 필요한 이유라고 적혀 있었다. 박씨 등이 특정 레미콘업체와 유착됐다는 의혹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무혐의였다. 박씨는 “내가 울산시에 있을 때 퇴직한 공무원이 한둘이 아니다”며 “이 ‘전직 공무원’을 찾기까지 1년6개월이 걸렸다”고 국민일보에 말했다.
송 부시장은 제보자임을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울산 시민 대부분이 아는 내용을 전했을 뿐”이라고 범죄첩보 성격을 애써 축소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울산경찰청 수사에도 참고인 역할을 한 사실, 송철호 현 울산시장과 청와대를 접촉한 사실 등은 ‘기획 제보’ ‘청부 수사’ 의혹을 더욱 키우고 있다.
박씨는 당시 울산경찰청 수사를 총괄한 황운하 대전경찰청장을 고발한 이유에 대해서도 진술했다. 그는 “긴 시간 동안 여러 의문이 들었다. 어딘가에서 목적을 갖고 선거에 개입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혼자만 당한 일인 것 같지도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허경구 이가현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