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 죽지 않게”… 故김용균 1주기에 퍼진 촛불들(사진)

입력 2019-12-07 20:13
'김용균 1주기 추모위원회' 주최로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추모대회 모습. 이하 연합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고로 숨진 고(故) 김용균 노동자 추모 1주기를 앞둔 주말인 7일 그를 추모하는 결의대회가 서울 시내에서 진행됐다.


‘김용균 1주기 추모위원회’는 7일 오후 서울 종각역 인근에서 추모대회를 열었다. 이날 추모식에 참석한 민주노총 등 참가자들은 “김씨가 숨진 지 1년이 지났지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죽음의 외주화 등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며 “정부가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의 권고안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추모위와 김씨를 추모하려 모인 많은 이는 추운 날씨 속에서도 추모 영상, 발언, 편지낭독 등을 진행했다. 주최 측 추산 2000여 명이 참석했다.

민주노총은 본격적인 추모대회를 진행하기 전 오후 4시경부터 사전결의대회를 진행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김용균을 떠나 보낸 지 이제 1년이 됐다”며 “그러나 1년 전 그날처럼 김용균 이후에도 김용균의 동료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아직도 직접 고용되지 못한 채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고 소리쳤다.

그러면서 “위험의 외주화 금지 산업안전보건법이 28년만에 개정됐다고 한다”며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 손에서 하위법령과 지침으로 누더기가 된 채 또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죽음을 묵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후 5시15분경부터 본격적인 추모대회가 시작됐다. 참가자들은 촛불을 들고 ‘사람답게 살고싶다 비정규직 이제 그만’ ‘살고싶다 살고싶다 외주화는 이제 그만’ 같은 구호를 외쳤다. ‘일하다 죽지 않게 차별받지 않게’ ‘우리가 김용균이다’ ‘비정규직 철폐하라’ ‘죽음의 외주화 금지하라’고 적힌 피켓을 든 이도 많았다.


김씨 어머니 김미숙씨는 “우리 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무너지게 만든 이 나라가 한없이 원망스럽고, 너를 지켜내지 못한 내가 살아보겠다고 꾸역꾸역 밥을 먹고 살고 있다는 게 비참하다”며 “일자리를 잃을까 봐 전전긍긍하며 불이익을 당해도 말도 못 하는 억울한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수많은 ‘용균이들’을 볼 때마다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오른다”고 울먹였다.

김씨의 일터 동료 장근만씨는 이날 김씨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우리가 일하는 곳은 여전히 깜깜하다. 우리의 안전과 미래도 마찬가지로 깜깜하다”며 “그런데 이 정부는 벌써 너의 죽음을 잊고 묻으려나 보다. 우리는 다시 용균이 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싸우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용균이 너처럼 일터에서 죽어가는 노동자의 소식을 매일 듣는다, 떨어져 죽고, 끼어 죽고, 가스에 중독돼 죽는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네가 생각나고 온몸이 떨리고 괴롭다, 도무지 그 날의 기억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우리는 다시 용균이 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여기 있는 시민들과 함께 싸우려고 한다. 우리를 응원해달라”고 했다.

김씨 동료 이태성씨도 “용균이가 죽은 지 벌써 1년이 됐는데, 문 대통령과 이낙연 총리가 약속했던 특조위 권고안은 휴지통에 처박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가자들은 이날 오후 6시 이후부터 광화문 광장을 경유해 청와대 앞 효자동 치안센터 인근까지 행진을 진행했다. 추모위는 오는 8일 마석 모란공원에서 고 김용균 1주기 추도식을, 1주기 당일인 10일에는 태안화력발전소 내 조형물 건립 예정지에서 현장 추도식을 열 계획이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