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공범이 의인상” 반발… 참여연대 ‘양진호 고발자’ 수상 보류

입력 2019-12-07 14:57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들이 지난해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웹하드 카르텔 규탄 긴급 기자회견’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직원 폭행 사건과 관련해 ‘웹하드 업체 직원들도 불법영상물 유통의 공모자’라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권현구 기자

참여연대가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직장 내 괴롭힘, 가혹행위 등을 고발한 제보자를 올해의 ‘의인상’ 대상자로 선정했다가 수상을 보류했다. 고발자가 양 회장의 신임을 받는 고위 임원으로서, ‘웹하드 카르텔’ 즉 디지털 성범죄 동영상 산업에 책임이 있다는 여성단체들의 항의에 따른 것이다.

참여연대는 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2019 참여연대 의인상’ 시상식을 열고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범죄를 알린 김지은씨, 버닝썬 관계자와 유명 연예인들의 불법행위를 신고한 제보자, 서울디지털재단 이사장 횡령 등을 신고한 직원 11인 등 13명에게 의인상을 줬다.

당초 의인상 대상자에는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직원 폭행과 성범죄 동영상 유통 등 불법행위를 알린 제보자’도 포함됐다. 하지만 참여연대는 “사실관계와 수사 상황에 관해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 판단하여 시상을 보류하게 됐다”고 밝혔다.

참여연대의 시상 보류는 시민단체들의 반대 성명이 잇따르면서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한사성)는 6일 성명을 내고 “웹하드카르텔 공모자는 ‘2019 참여연대 의인상’ 수상자가 될 수 없다”며 “참여연대는 양진호 회사 임원 D씨에 대한 의인상 수여 계획을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한사성은 “D씨는 10년 전 위디스크에 입사해 양진호의 충성스러운 ‘오른팔’ 역할을 수행해온 자로, 뮤레카 법무이사이자 핵심 임원이었다”며 “D씨가 법무이사로서 재직한 뮤레카는 필터링 업체로 웹하드 자정을 위해 불법촬영물을 필터링한다고 이야기하나 실제로는 웹하드 업체와 유착 관계를 맺어 방패 노릇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웹하드 업체-필터링 업체-디지털 장의 업체-헤비 업로더 조직으로 설계된 ‘웹하드 카르텔’에서 그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면서 여성착취 산업구조에 가담했다는 것이다.

D씨가 기자회견에서 “웹하드 카르텔이 점조직 형태로 이뤄져 있어 본인은 그 실체를 몰랐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대해서는 “D씨는 회사로부터 고급 오피스텔과 승용차를 제공받을 만큼 양진호에게 신임받는 고위 임원이었다”며 “양진호의 회사가 저지른 범죄 행위, 그리고 D씨가 회사에서 이룬 성공은 그가 웹하드카르텔에 얼마나 헌신적으로 복무했는지 보여주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한사성은 그러면서 “웹하드 카르텔이 밝혀지고 양진호가 구속된 것은 모두 분노한 여성들이 힘을 모은 덕분”이라며 “그 공을 웹하드카르텔에 깊이 연루된 데다 단 한 번도 범죄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았으며, 새로운 제보조차 한 적 없는 D씨가 ‘의인’으로서 가져간다는 것은 그동안 여성착취 반대 행동에 함께해 온 모든 여성에게 너무나 모욕적인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도 ‘웹하드카르텔을 고발한 건 여성들이다’라는 성명을 내고 D씨를 “웹하드카르텔에 책임져야 할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D씨의 제보는 웹하드 카르텔이 맞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하며, “양진호 1인에 대한 제보로 보는 편이 맞다”고 지적했다. 양 회장 관련 보도들이 개인의 불법 및 엽기행각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웹하드 카르텔은 기존 여성들이 문제 제기한 내용에 비해 새로운 내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