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의 한 고등학교에서 정치적으로 편향된 시험 문제가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전남교육청에 따르면 여수의 한 고등학교 기간제 한문 교사인 A씨는 지난 3일 진행된 2학년 기말고사에서 ‘조국 제자 금태섭 언행 불일치’라는 신문 기사를 예문으로 제기한 뒤 조국 전 장관 후보자의 심정을 나타내는 사자성어를 묻는 문제를 출제했다.
해당 문제의 정답은 ‘배은망덕(背恩忘德)’이었다. 지문으로 실린 신문기사는 당시 조 후보자가 금 의원의 서울대 박사 과정 지도교수였으며 금 의원의 쓴소리에 조 후보 지지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는 내용이 담겼다.
A씨는 또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의 아들인 가수 장용준씨의 음주 운전 사고를 지문으로 제시한 뒤 기사를 통해 알 수 있는 장 의원의 심경을 사자성어로 묻기도 했다. 답은 ‘유구무언(有口無言)’이었다.
국정농단 사건 연루로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정유라씨가 SNS에 올린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라고 쓴 글과 민중을 개‧돼지로 표현해 논란이 된 고위공무원의 SNS 글을 예시로 준 뒤 ‘사람이면 누구나 일어나는 보편적인 감정’이라는 뜻의 사자성어를 쓰라고도 했다. 답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었다.
국민 10명 중 8명이 국회의원에게 ‘무노동 무임금’원칙을 적용하는 것에 찬성한다는 기사를 지문으로 제시한 뒤 ‘여론이 바라보는 국회의원에 대한 시각으로 가장 적절한 사자성어’를 묻기도 했다. 정답은 ‘무위도식(無爲徒食)’이었다.
A교사는 여러 매체를 통해 “한문 교과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시사적인 문제를 낸 것이고 정치적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해당 학교도 6일 성적 관리위원회를 열어 A교사의 소명을 듣고 정치적 편향은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
학교 측은 “해당 교사가 2학년 학생들을 찾아가 오해를 불러 미안하다고 사과했다”며 “평소 수업에서 정치적 발언이 없었던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전남교육청은 오는 9일 학교를 방문해 현장 조사를 벌인 뒤 심의 결과에 따라 조치하겠다는 방침이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