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부모님 생각이 나서…” 주민센터에 도착한 이불 10채

입력 2019-12-07 00:24 수정 2019-12-07 00:24
게티이미지뱅크

올 겨울, 부산이 따뜻합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한 기부 릴레이가 펼쳐지고 있다고 합니다.

6일 부산진구 개금2동에 따르면 최근 주민센터로 두터운 이불 10채가 도착했습니다. 시가 100만원 상당이었습니다. 보낸 이가 적혀있어야 할 자리에 아무 글자도 적혀있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울린 전화벨.

“예전에 저희 부모님이 개금2동에서 사셨었어요. 지금은 돌아가셨는데, 부모님 생각이 나서…. 개금2동 어르신들 올 겨울 따뜻하게 보내시라고 이불이라도 보냅니다.”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은 채 이불이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돌아가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개금2동 주민센터는 그 뜻에 따라 홀몸 어르신 20명에게 이불을 전달할 예정입니다.

지난 2일에도 부산에 따뜻한 마음이 도착했습니다. 동래구 명장2동 행정복지센터에 20대쯤으로 보이는 남매가 찾아왔습니다. 이들은 각각 20만원이 든 봉투를 내놓더니 “좋은 일에 써달라”는 말만 남기고 훌쩍 떠났습니다. “이름만이라도 알려달라”고 했지만 한사코 손사래쳤다고 합니다.

지난 달 18일에도 서구 암남동 주민센터로 백미 20kg 50포가 배달됐습니다. 역시나 익명. 누구인지 모를 기부자는 벌써 10여년째 매년 연말에 백미를 보내온다고 합니다.

이렇게 모인 소중한 마음들은 필요한 곳으로 가 포근하게 내려앉을 겁니다. 올 겨울은 모두가 따뜻하기를.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