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1시30분 인천 미추홀구 인하로177번길 범흥빌딩 5층에 임시 거처를 마련한 섬김의집에는 혹한기를 앞두고 어렵게 확보된 중증장애인 거주시설이어서 그런지 온기가 가득했다.
이태복 전 복지부 장관, 허종식 인천시 정무부시장, 박원주 인천빈민연합 대표, 20년간 후원회원을 한 동장 등 다양한 인사들이 찾아와 우여곡절끝에 더불어사는 공동체를 만든 섬김의집의 입주를 마음껏 축하했다.
이곳은 93년 함께걷는길벗회 한용걸 이사장(성공회 신부)이 인천 송현동 속칭 똥고개에서 출발해 수십년간 도심의 장애를 가진 빈민들의 삶을 지켜온 외곬수 인생의 이야기가 담긴 곳이기도 하다.
이날은 주안1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에서 2958가구 규모의 ‘힐스테이트푸르지오주안’ 아파트 모델하우스가 문을 열어 문전성시를 이루면서 사업의 성공을 예감할 수 있는 기분좋은 날이었다.
박우섭 전 미추홀구청장은 “20년전 출발한 섬김의집이 좋은 공간을 마련하게 돼 기쁘다”며 “조합장을 비롯한 선한 마음을 가진 분들의 협력으로 모든 일이 잘 됐다”고 덕담을 나눴다.
김성준 인천시의원은 “한용걸 이사장이 시의회를 방문해 현재 사는 것만큼만 살게 해달라고 요구했을 때는 고민스러웠지만 모두가 당당한 사회를 만드는데 힘을 보탰더니 좋은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임수철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는 “시설이 필요한 분들이 존재한다”며 “섬김의 집 공동체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게 되면서 도심 속의 증증장애인시설의 모델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가족대표 김호은씨의 형은 “34년전 교통사고를 당한 동생과 27년 같이 살다가 감당이 안돼 집에 있는 것보다 낫다는 주변의 권유로 5년전 동생을 섬김의집에 모셨다”며 “약 1년이 지난 뒤 성질내고 소리지르던 동생이 차분해진 것을 보고 고마워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용걸 이사장은 “재개발 공시 이후 약 3년이 걸렸다”며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게되는 것이 도심재개발 과정에서 겪는 오갈데 없는 가난한 사람들의 처지인데 1년간 살 거처가 마련되고, 장기적으로 옛 법조타운 뒷골목에 새건물이 추진되고 있어 15명의 거주인들이 편안한 겨울을 날 수 있게 됐다”고 고마워했다.
한편 섬김의집은 오는 19일 미추홀구청 대강당에서 함께걷는길벗회 산하 시설 이용자들과 가족, 직원들이 1년의 활동을 마무리하는 ‘제27회 길벗후원의 날-다름이 아름다운 세상만들기’ 행사를 연다. 이 행사에는 발달장애인 보컬 ‘파란북극성’도 출연한다. 보컬 리더 이기호씨는 길벗회가 운영하는 ‘징검다리 조기교실’ 출신이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