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연설을 듣고 ‘이상한 헛소리(weird shit)’라는 감상평을 남겼다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밝혔다. 클린턴 전 장관은 당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당선을 축하하며 전폭적인 지원 의사를 밝혔지만 분열을 조장하는 그의 취임식 연설을 듣고 절망에 빠졌었다고 회고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4일(현지시간) 라디오 프로그램 ‘하워드 스턴 쇼’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후에 있었던 일을 공개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주변의 만류를 무릅쓰고 전 영부인 자격으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나는 당시 망가져 있었고 크게 상심한 상태였다. 너무 놀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가늠도 못했다”고 말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취임식이 열리기 전까지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보다 훌륭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고 한다. 클린턴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봐요, 도널드. 나는 당신이 좋은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며 뭐든 도와주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힐러리 전 장관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는지 거의 아무 말도 못했다고 한다.
클린턴 전 장관의 기대가 깨진 것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당일이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노골적으로 설파하는 취임사를 낭독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그때를 회상하며 “이건 이성적이지 않을뿐더러 정치적이지도 않다. 대통령이 할 말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고 말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찍었든 찍지 않았든 간에 하나가 돼야 한다고 말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런 취지의 말은 전혀 없었다”며 “거리는 난장판이었고 어둡고 절망적인 앞날만 보였다”고 말했다.
그런데 마침 옆에 앉아 있던 부시 전 대통령이 클린턴 전 장관에게 “거 참, 이상한 헛소리로군(Well, that was some weird shit)”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부시 전 대통령의 이 발언은 당시 주변에 있었던 복수의 참석자를 통해 이미 보도된 바 있다. 하지만 부시 전 대통령의 바로 옆에 자리했던 클린턴 전 장관이 이를 확인해준 건 처음이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