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트럼프 탄핵’ 공식화에도 백악관은 ‘여유작작’

입력 2019-12-06 15:23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미국 역사상 세 번째로 대통령 탄핵소추를 공식화했음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백악관은 여유작작한 모습이다.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는 상원을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어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도리어 트럼프 대통령 측은 탄핵 정국을 조기에 마무리 짓고 재선 가도에 집중하려는 듯 민주당에게 서둘러 절차를 진행하라고 압박하는 모양새다.

펠로시 의장은 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하원 법사위원회에 탄핵안 작성을 지시했다고 CNN 등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펠로시 의장은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졌다”며 “대통령이 사익을 위해 부정 선거를 시도함으로써 우리는 행동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국가안보와 공정 선거를 해치는 직권남용을 저지름으로써 건국자들의 정신은 물론, 그가 취임식에서 밝혔던 헌법 수호 맹세도 어겼다”고 강조했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세 번째로 탄핵 심리에 회부된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미국 최초로 탄핵 소추된 대통령은 1865년 취임한 앤드루 존슨 전 대통령이다. 그는 남북전쟁 전후 처리 과정에서 공화당과 갈등하던 끝에 탄핵 소추됐으나 상원에서 1표차로 부결됐다. 두 번째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으로, 그는 자신의 성범죄 의혹과 관련해 위증과 사법 방해를 저지른 혐의로 하원에서 탄핵안이 통과됐으나 역시 상원에서 부결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은 전혀 동요하지 않은 눈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복지부동하는 극좌 민주당 사람들이 죄 없는 나를 탄핵하겠다고 했다”며 “중요한 경우에만 아주 드물게만 이뤄지던 탄핵이 미래 대통령을 일상적으로 위협할 것임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행히 공화당이 지금처럼 단결한 때가 없었다. 우리는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를 탄핵하려면 상원이 공정하게 심판할 수 있게 지금 당장 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공화당은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하원 다수당 지위를 잃었지만 상원에서는 과반 의석을 지켜냈다.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민주당이 하원에서 탄핵안을 통과시키더라도 상원에서 이를 부결토록 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펠로시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 탄핵 표결 강행 방침을 밝혔음에도 백악관은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은 상원에서 곧 벌어질 표싸움에 기대를 걸고 있는 눈치”라고 전했다.

실제로 전반적인 분위기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 유리하게 돌아가는 모양새다. 일부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하원 차원의 탄핵 청문회가 진행될수록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의견이 도리어 하락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공화당 역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분위기가 강해 이탈표가 나타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관측된다. 도리어 민주당 하원의원 중에는 탄핵 추진이 국가를 위기에 빠뜨릴 거라며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지겠다는 소신을 밝힌 사람도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앞선 두 차례의 탄핵 소추와 달리, 탄핵 표결 부결 이후 곧장 재선 레이스에 돌입해야 한다.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무사히 탄핵 위기를 벗어나더라도 탄핵 후폭풍이 재선 가도에 악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