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일 하면서 이런 긴장 상황 경험해 본 적 없다”

입력 2019-12-06 15:03 수정 2019-12-06 15:06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최종현학술원 이사장. SK그룹 제공, 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최종현학술원 이사장은 6일 “남미부터 중동과 동북아시아에 걸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며 “미국과 중국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무역전쟁을 벌이고 보호무역주의는 세계 무역과 성장을 해치고 있다”고 말했다. “일을 하면서 이렇게 긴장된 상황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고도 했다.

1992년 SK그룹 전신인 선경 경영기획실 부장으로 입사한 최 회장은 부사장을 거쳐 98년 SK 대표이사 회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이날 도쿄대 혼고캠퍼스에서 SK그룹 최종현학술원과 도쿄대 공동 주최로 열린 국제학술대회인 제1회 도쿄포럼에서 “이러한 문제의 크기, 복잡성 및 초국가적 특성은 단일 이해 관계자나 조직 또는 국가가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아시아가 힘을 모아 세계 무대에서 영향력 있는 목소리를 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오늘날 우리는 AI 등 첨단기술이 무기화되고 세계 곳곳의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지는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며 “복잡하고 초국가적인 이슈들을 해결하기 위해 아시아가 책임감과 비전을 갖고 국제무대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강력한 아시아 리더십을 이끌어내려면 우리는 진정한 공동체가 되어 서로의 차이를 극복해야 한다”며 무역·투자 협력 강화, 불필요한 역내 마찰을 피하기 위한 정책 당국의 긴밀한 협력 등을 제안했다.

최 회장은 또 “글로벌 현안에 대응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면 선한 의도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며 “우리의 노력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방법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도쿄포럼을 열게 된 배경을 설명한 뒤 도쿄포럼을 계기로 강력한 아시아 지도력을 끌어내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모색해 보자고 제안했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가 6일(현지시간) 도쿄대 혼고캠퍼스에서 '미래를 만들어나가자(Shaping the Future)'는 주제로 SK그룹 최종현학술원과 도쿄대가 공동 개최한 국제학술대회 '제1회 도쿄포럼'에서 개막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홍구 전 국무총리는 개막 연설에서 “몇몇 주요 국가의 정치지도자들이 과거 제국주의나 위대한 날들에 대한 강한 향수에 빠진 듯하다”며 “우리는 그 시대로 회귀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희망과 상상력을 총동원해 새로운 세계 이웃을 만들기 위해 힘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제국주의가 퇴장한 후 식민지배의 착취를 경험한 사람들은 독립운동 중에 자연스럽게 민족주의자가 되었고, 독립 후에는 민족주의가 가장 핵심 이념이 되었다”며 그 같이 언급했다.

그의 이런 지적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비롯한 일부 강대국 지도자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총리는 “우리가 모두 세계의 시민이자 이웃이라는 개념과 인류와 지구의 생존이라는 문제는 그 중요성과 시급함을 상실한 것 같다”며 “무엇보다 주요 국가에서 나타나는 민족주의의 재부상은 세계의 시민이자 이웃이라는 인식과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들에 급박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2020년 도쿄 올림픽은 평화로운 세계 이웃을 만들고자 하는 염원을 재점화할 수 있는 이상적인 역사적 시점”이라며 “기후변화와 더불어 전 세계가 직면한 가장 지대한 위협 중 하나가 핵무기와 그 확산 가능성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도쿄올림픽이 개최되는 2020년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자폭탄이 투하된 지 75년이 되는 해로, 일본이 반핵운동과 IAEA(국제원자력기구), NPT(핵확산금지조약) 같은 국제 제도 및 규범을 강화하는데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종현학술원과 도쿄대가 공동 개최하는 제1회 도쿄포럼은 ‘미래를 만들어 나가자(Shaping the Future)’로 주제로 8일까지 이어진다. 이번 포럼에는 학계, 경제계, 대기업 CEO, 정책 당국자들과 미국, 중국 등에서 온 글로벌 리더 등 150여명이 발표자와 패널로 참석한다. 최 회장은 SK 회장 겸 최종현학술원 이사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