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몸통에 큼지막한 낙서가 적힌 북극곰이 포착됐다.
영국 BBC는 3일(현지시간) 몸에 ‘T-34’라고 선명하게 적힌 북극곰의 영상이 러시아 SNS에 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상에서 이 북극곰은 촬영자가 있는 차량 주변을 어슬렁거리는데, 털 위에 새겨진 검은 글씨 탓에 설원 위에서 유독 눈에 띈다.
전문가들은 평소 헤엄을 치는 북극곰의 특성상 몇 주가 지나면 새겨진 글자가 지워질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낙서 때문에 먹잇감 사냥이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한다.
누가 어떤 이유에서 낙서를 했는지, 정확한 촬영 장소가 어디인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전날 이 영상을 페이스북에 처음 올린 세계자연기금(WWF) 회원 세르게이 카브리는 러시아 극동 추코트카 지역 원주민들이 왓츠앱에서 공유한 영상이라고 설명했다.
포유류 전문가인 코흐네프 아나톨리 러시아과학원 선임연구원은 “해당 영상이 언제 어디에서 촬영됐는지를 파악하고 있다”면서 “과학자는 절대 이런 일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글씨체가 똑바른 것을 봤을 때 마취제를 투여한 뒤 적은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외신에 따르면 북극곰들이 민가에 내려오는 일이 잦자 분노한 주민들이 분풀이로 낙서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2월 아르한겔스크주 노바야제믈랴 부근에서는 52마리의 북극곰이 민가에 출몰해 지방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2016년에는 이 지역 기상관측소에 있던 러시아 과학자 5명이 오랜 기간 북극곰들에 포위되는 일도 있었다.
‘T-34’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군의 나치 독일을 격퇴하는데 큰 공을 세운 중형전차 모델이다. 일부 러시아인들은 전승기념일에 이 표식을 자동차에 새겨 2차대전 종전을 기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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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