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미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됐던 2017년 북한과의 전쟁을 가정한 워 게임을 계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제임스 매티스 당시 국방장관이 비협조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계획이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매티스 전 장관은 재임 시절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적인 군사타격 지시를 막기 위해 미국이 갖춘 ‘군사적 옵션’을 최대한 숨기려 했다고 한다. 매티스 전 장관의 의도를 깨달은 백악관 관리들은 그를 원래 별명인 ‘미친 개(Mad Dog)’가 아니라 ‘작은 새끼고양이(Little Baby Kitten)’라고 부른 것으로 알려졌다.
피터 버건 CNN 국가안보 해설가는 자신의 신간 ‘트럼프와 장군들: 혼돈의 비용’ 출간을 앞두고 책의 일부 내용을 담은 글을 시사주간지 타임에 5일(이하 현지시간) 기고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을 다룬 이 책은 오는 10일 공개될 예정이다.
버건에 따르면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017년 중순 미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북한과의 전쟁을 가정한 워 게임을 추진했다. 당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늙다리 미치광이’ ‘로켓맨’ 등 폭언을 주고받으면서 북·미 간 긴장이 극에 달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워 게임은 결국 실현되지 않았다. 매티스 전 장관이 워 게임에 군사 전략가를 보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8월 캠프 데이비드에서 대북 대응 방안 등을 의제로 한 안보회의를 연 바 있다. 당시 대북 군사적 옵션을 검토하기 위한 전쟁 시뮬레이션 세션이 계획돼 있었으나 매티스 전 장관 때문에 열리지 못했던 사실은 지난 4월 뉴요커에 보도됐다.
백악관 직원들은 매티스 전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의 군사적 옵션을 의도적으로 보여주지 않으려는 게 아닌지 의심했다고 한다. 특히 이란 문제와 관련해 매티스 장관은 대(對)이란 군사적 옵션을 개발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를 간단히 묵살해버렸다고 버건은 전했다.
매티스 전 장관이 이런 태도를 취한 건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든 비이성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버건에 따르면 매티스 전 장관은 종종 “이성이 충동을 억누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백악관 관리들은 매티스 전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충동적 결정을 막기 위해 미군이 갖춘 역량을 일부러 숨기고 있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후 백악관 관리들은 매티스 전 장관을 원래 별명이었던 ‘미친 개’ 대신 ‘작은 새끼고양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버건은 전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