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추운 겨울 늦은 밤에 고속도로 운전을 하고 있다면 누구나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고 싶을 것입니다. 그런데 고속도로를 지나다가 사고 난 트럭을 발견한 한 운전자가 자기 차를 세웠습니다. 그리고 사고 현장의 환자에게 외투를 벗어주고 2차 사고가 나지 않도록 조치까지 했다는군요. 많은 이들이 “당신 같은 분이 있어 아직 세상은 살만하군요. 감사합니다”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고는 5일 밤 10시14분쯤 전남 장성군 호남고속도로 상행선 장성분기점 인근에서 A(28)씨가 몰던 3.5t 트럭이 앞서가던 8.5t 트럭을 추돌하면서 일어났습니다. 이 사고로 3.5t 트럭 앞부분이 찌그러지고 옆 유리가 깨졌습니다. 트럭 안에 A씨는 다쳐서 차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인근 도로를 지나던 안현걸(52)씨는 도로에 파편이 많이 떨어져 있는 모습을 목격하고 비상등을 켜고 서행했습니다. 마침 갓길에 비상등을 켜고 서 있던 트럭에서 “도와달라”고 외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트럭에서 물건이 떨어진 줄로만 알았던 안씨는 찌그러진 차 안에 사람이 끼어 있는 모습을 보고 얼른 갓길에 차를 세우고 달려갔습니다.
안씨는 A씨에게서 소방관들이 출동 중이라는 말을 듣고 자신의 트럭에 실려 있던 플라스틱 보양재를 가져와 깨진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막아주었습니다. 추위에 떨면서 고통을 호소하는 그를 돕기 위해 외투도 벗어 덮어주었습니다. 그러고는 2차 사고를 막기 위해 수시로 주변 차들에 수신호를 했습니다.
소방관들은 다행히 신고 12분 만에 현장에 도착해 A씨를 구조했습니다. A씨는 다리 골절이 의심됐지만 다행히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안씨는 “날씨가 추워서 그분이 많이 떨고 계셨다.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 구조대가 올 때까지 바람을 막고 손만 잡아줬다”며 “나도 언제 어떤 어려움에 처할지 모르는데 당연히 도와드릴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도 밤에 고속도로에서 사고를 목격하면 안씨처럼 할 수 있을까요. 추운 날 사고가 나 차 안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순간 누군가 이렇게 여러분을 도와준다면 우리는 어떤 기분이 들까요. 안씨는 고속도로 한 가운데 사고 현장에서 119가 출동할 때까지 다친 환자의 손을 잡아주었습니다. 안씨 같은 분이 있어 세상은 아직 따듯합니다. 살만합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