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행 아프리카 이주민 선박 뒤집혀 58명 사망

입력 2019-12-06 06:00
2018년 6월 북아프리카 리비아 항구를 떠나 유럽으로 가던 중 지중해에서 구조된 난민 선박.

서아프리카 감비아를 떠나 유럽으로 가는 이주민을 실은 배가 해상에서 전복돼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 수십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AP통신 등은 5일(현지시간) 유엔 국제이주기구(IOM)를 인용해 서아프리카 모리타니 앞 대서양 바다에서 이주민 180여명을 실은 배가 전복돼 최소 58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선박은 일주일 전인 지난달 27일 감비아를 출발했다. 북아프리카 대서양의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가 최종 목적지였다. 배에 탄 이들의 대다수는 20~30대의 청년이었다.

선박은 식량과 연료를 얻기 위해 모리타니 해안으로 접근하던 중 뒤집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연료가 떨어진 상황에서 거친 파도를 만나 배가 전복된 것으로 보인다. 모리타니는 세네갈과 모로코 사이에 있는 국가로 사고 지점에서 목적지인 카나리아 제도는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전복 후 수십 명이 익사했으나 일부는 모라타니 해안으로 헤엄쳐 올라가 목숨을 건졌다. 이들의 구조와 구호에 적극 나선 모리타니 당국은 85명의 생존자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정확한 실종자 수가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10명이 긴급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당국은 실종자 수색과 더불어 인신매매 조직이 연루됐을 가능성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인다고 했다.

AP통신은 이번 참사에 대해 “올해 유럽으로 향하는 위험한 항로를 택한 이주민들에게 발생한 사고 중 최악”이라고 평가했다. 알 자지라도 스페인 당국이 2000년대 중반 해안 순찰을 강화한 이후 발생한 최악의 해난사고라고 전했다.

모리타니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카나리아 제도로 향하는 선박에 탄 수천명의 이주민이 목숨을 잃었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스페인이 해안 순찰을 강화하면서 이주민들의 위험한 항해는 줄어들었다. 잠잠해졌던 이주 항해는 최근 들어 다시 증가 추세다. 세네갈과 감비아에서 출발한 유럽 이주 선박들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IOM은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망명자 지위를 얻기 위해 감비아에서 유럽으로 떠난 이주민들의 수가 3만5000명이 넘는다고 지적했다.

총 22년에 달하는 기간 동안 감비아를 독재 통치한 야야 자메 대통령이 경제 기반을 약화시킨 탓이 크다. 그가 지난 2017년 1월 대선 패배 이후 적도 기니로 도망치고 새정부가 들어섰지만 경제난은 오히려 심화됐다. 민생고를 견디다 못한 감비아 청년들이 목숨을 건 유럽 이주를 감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 여행업체 토머스 쿡의 부도도 악영향을 미쳤다. 토머스 쿡이 지난 9월 파산한 이후 관광업이 주력 산업인 감비아 등 서아프리카 연안국가들까지 덩달아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감비아 국내총생산(GDP)에서 관광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30%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