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견제용’ 중동 추가 파병 카드 만지작

입력 2019-12-05 18:24 수정 2019-12-05 18:30
지난 6월 대이란 제재 발효에 서명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 위협 대응 목적으로 중동지역에 최대 1만4000명의 병력을 추가 파견하는 카드를 저울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4일(현지시간) 익명의 미 정부 관리를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수십 척에 달하는 군함, 기타 군사장비 등과 함께 최대 1만4000명에 달하는 미군을 중동에 추가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중동에 파견된 미군의 수는 1만4000명 수준으로 이 정도 규모의 추가 파병이 실제 진행될 경우 주둔 병력은 두배로 늘어난다. 이르면 이달 중 트럼프 대통령이 파병 확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해졌다.

존 루드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도 기자들과의 조찬 자리에서 “추가파병 결정이 내려진 건 아니지만 상황은 유동적일 수 있다”며 추가 병력 배치 가능성을 시사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중동 철수를 자신의 업적으로 내세우려 애쓰는 트럼프 대통령이 노선을 수정한 이유는 군사적 충돌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등 이란과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9월 사우디아라비아의 유전시설 2곳이 무인기(드론), 미사일 등으로 공격당한 일의 배후 세력으로 이란을 지목했다. 이란은 의혹을 부정했지만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배후를 자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월 레이더와 미사일 방어체계, 2개 전투비행대대 등을 포함해 총 병력 3000명을 사우디아라비아에 파병한다고 의회에 공식통보했다.

베냐민 네타나후 이스라엘 총리의 대(對) 이란 공세 강화 요구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네타나후 총리는 이날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의 회담에서 대대적 반정부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이란을 더 강하게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란 정부를 전복시킬 기회라는 주장이다. 이스라엘은 현재 중동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이란을 자국 안보의 최대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

네타나후 총리는 모두발언에서 “이번 회담의 첫번째 주제는 이란, 두번째 주제도 이란, 세번째 주제도 이란”이라며 “그들의 제국이 흔들리고 있다. 나는 그들을 보다 더 강하게 흔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WSJ는 “측근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대년 대선을 앞두고 외국과의 새로운 갈등을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이스라엘의 요청 등에 따라 이란의 위협에 대응할 필요성을 확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