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호 울산시장과 측근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 정모 울산시 정무특보가 6·13 지방선거 전인 지난해 1월 청와대 관계자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의 공공병원 공약과 관련한 진행 상황을 청취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당시 민간인 신분으로, 송 시장이 출마할 지방선거 캠프 준비모임을 꾸린 상태였다. 송 부시장은 2017년 10월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에게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비위를 처음 제보한 인물이다.
청와대 접촉 이후 송 시장은 “120만 울산시민의 숙원 사업인 울산 공공병원을 건립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사실상 선거를 준비하던 후보, 상대 후보의 비위를 제보한 선거캠프 핵심이 청와대 인사를 만나 공약을 조율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많다. 청와대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을 키우는 정황이라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 당시 송 시장 선거캠프에서 활동한 정 특보는 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송 시장, 송 부시장과 함께 지난해 1월 한 차례 청와대를 찾은 일이 있다”고 말했다. 정 특보는 “당시 지방선거를 준비하면서 다녀온 것”이라며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던 공공병원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인지 물으러 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때 공무원 신분이 아니어서 청와대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했다”고 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송 시장 등은 청와대 인근 식당에서 당시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실 소속 장모 선임행정관을 만났다. 이 관계자는 “낮 12시부터 오후 1시10분까지 (선임행정관과) 밥을 먹었다”며 “청와대가 문 대통령의 공약을 어떻게 고민했는지 물었다”고 말했다.
송 시장 일행이 장 선임행정관을 만난 지난해 1월은 송 부시장이 김 전 시장 관련 비위를 청와대에 제보한 시점으로부터 불과 3개월 뒤다. 송 부시장은 이즈음 울산경찰청의 김 전 시장 측근 비리 수사와 관련해 참고인 진술을 하기도 했다. 송 시장의 선거캠프는 그로부터 1개월 뒤인 지난해 2월 공식 출범했다. 경찰은 청와대가 하달한 범죄 첩보 관련 내사를 마치고 지난해 3월 울산시청을 압수수색, 김 전 시장 측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이들의 청와대 접촉 당시 거론된 울산 공공병원은 지난해 6월 1일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송 시장의 5대 공약 가운데 3순위로 공개됐다. 송 시장은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에 500병상 이상의 울산 공공병원 건립을 건의하겠다고 공언했다. 송 시장은 경찰 수사를 받던 김 전 시장을 꺾고 당선됐다.
지방선거 출마 예정인 후보와 캠프 관계자가 청와대 인사를 만나 대통령 공약의 진행 상황을 청취한 점, 해당 내용이 향후 선거운동에 비중 있게 반영된 점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청와대의 정치 관여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공무원의 기본은 정치적 중립성이며, 공직선거법은 공무원이 선거운동 기획에 관여하는 행위를 처벌한다”고 말했다. 이 고법 부장판사는 “단순히 알고 있는 것을 사석에서 우연히 이야기한 것과 다른 성격”이라고 했다.
청와대가 송 시장의 출마를 충분히 예견하는 상황에서 공약 수립 등에 도움을 줬는지 향후 짚어볼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청와대가 지난해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검찰은 이날 김 전 시장의 첩보 문건을 만든 문모 전 청와대 행정관을 소환해 조사했다.
허경구 이가현 기자, 울산=구자창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