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범 민주, 캐리 람 행정장관 탄핵 추진…탄핵까지는 험난

입력 2019-12-05 16:20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지난달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압승한 범 민주 진영이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의 탄핵을 추진하기로 했다. 람 장관이 실제 탄핵당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지만 홍콩 사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지 주목된다. 홍콩 정부는 시위 장기화와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직격탄을 맞은 홍콩 경제를 살리기 위해 대규모 경기부양에 나섰다.

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공민당의 앨빈 융 대표 등 25명의 범민주 진영 의원들은 전날 홍콩 의회인 입법회 전체 회의에서 캐리 람 행정장관의 탄핵 추진 안건을 발의했다.

이들은 “캐리 람 행정장관은 송환법 추진과 시위 대응 과정에서 심각한 위법 행위와 직무유기를 저질렀다”며 “과도한 무력을 사용해 시위를 진압하고 법이 보장한 표현과 집회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밝혔다.

융 대표는 “홍콩에 재앙을 불러온 람 장관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며 “홍콩 시민들은 구의원 선거를 통해 람 장관과 행정부에 대한 불만을 분명하게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범 민주 진영은 지난달 24일 구의원 선거에서 전체 452석 중 388석을 석권하며 60석에 그친 친중파 진영에 참패를 안겨줬다.

홍콩여론조사연구소 여론조사에 따르면 캐리 람 행정장관 지지도는 지난 6월 43.3점(100점 만점)에서 지난달에는 19.7점으로 추락했다. 역대 최저를 기록했던 퉁치화 전 행정장관(36.2점) 지지도 보다도 낮은 사상 최악이다.

하지만 친중파 진영이 입법회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고 복잡한 탄핵 절차 때문에 그가 탄핵당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입법회가 과반수 의결로 탄핵 추진 안건을 통과시키면, 독립 조사위원회가 탄핵 혐의를 조사하고, 이후 입법회는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탄핵을 의결할 수 있다. 하지만 탄핵이 의결되더라도 중국 중앙정부가 탄핵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미 람 장관 지지를 표명한 이상 탄핵이 의결되더라도 교체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홍콩 시위 현장.

홍콩 정부는 세금 분할납부, 전기료 감면, 중소기업 현금 보조 등 총 40억 홍콩달러(약 6100억원) 규모의 4차 경기부양책을 내놨다.

이번 부양책에 따라 개인과 기업은 2018∼2019년도 소득세, 법인세 등을 1년 동안에 걸쳐 분할 납부할 수 있다. 중소기업 등에 대해서는 상업용 전기료의 75%를 월 5000 홍콩달러 한도로 보조해줄 방침이다. 이는 내년 3월까지 4개월 동안 시행돼 중소기업 등에 최대 2만 홍콩달러의 전기료 감면 혜택이 예상된다. 중소기업 등은 수도 사용료와 하수도 이용료도 각각 75%씩 감면받을 수 있다.

총 26만 명의 상업용 부동산 소유주는 정부 공과금을 월 5000 홍콩달러까지 감면받을 수 있고, 재활용업체들은 총 1억 홍콩달러에 달하는 임대료 보조를 받는다.

홍콩 정부는 앞서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3차례에 걸쳐 상업용 차량 연료 보조금, 여행 가이드 현금 보조, 저소득층 대상 보조금, 중소기업 공과금 면제 등 총 21억 홍콩달러(약 3조2000억원)에 달하는 부양책을 발표했다.

홍콩 정부는 이러한 경기부양책들이 국내총생산(GDP)의 2% 증가 효과를 창출해 시위로 인한 GDP 손실분 2%를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시위 장기화로 인해 올해 3분기 홍콩 GDP는 작년 동기 대비 2.9% 감소했으며, 전 분기에 비해서도 3.2% 줄어들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홍콩 GDP가 1.2% 감소하고 내년에도 1%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