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순위표 최상단엔 우리카드(1위)와 대한항공(2위)이 있다. 두 팀은 나란히 승점 26점에 세트득실율(총 승리세트÷총 패배세트)까지 1.632로 같다. 우리카드가 점수득실률(총 득점÷총 실점)에 근소하게 앞서 1위에 올라 있다. 토종 선수들의 활약에 특급 외인의 존재감까지 더해진 게 두 팀 호성적의 비결이다.
우리카드는 4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화재전에서 3대 2(29-27 16-25 25-15 28-30 15-6) 승리를 거두고 창단 후 팀 최다 6연승을 질주했다. 부상으로 한 달 동안 경기에서 제외됐던 펠리페가 복귀해 블로킹 4개, 서브에이스 3개, 후위공격 17개를 곁들여 35점을 잡아냈다. 트리플 크라운(블로킹·서브에이스·후위공격 3개 이상)을 달성하는 특급 활약.
토종 선수들의 선전은 더 돋보인다. 우리카드는 토종선수만으로도 이날 경기 전까지 5연승을 달렸다. 대한항공을 제외한 5팀을 모두 이겼고, 삼성화재(3위)·한국전력(6위)·KB손해보험(7위)엔 셧아웃 승리를 따냈다.
세터 노재욱의 안정적인 지휘 아래 지난 시즌 신인왕 황경민이 리시브 효율 4위·공격 3위를 기록하며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한성정도 펠리페의 공백을 쏠쏠히 채웠다. 팀 득점 1위(220점) 나경복은 지난달 27일 생애 첫 트리플크라운을 작성하는 등 어린 선수들을 이끌고 기복 없는 플레이를 선보이고 있다. 기본기를 강조하는 신영철 감독의 지도가 자리 잡으며 수비가 개선되고(2위), 범실이 줄어든 것도 팀 전반의 공격 강화를 이끌었다.
대한항공도 마찬가지. 외인 비예나는 가공할 만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비교적 단신(194cm)임에도 득점·공격·서브·퀵오픈 4개 부문 1위다. 트리플크라운도 벌써 시즌 4개째. 블로킹 9위·디그 15위로 수비에도 기여하는 외인이다.
국가대표 세터 한선수가 부상으로 빠졌지만 백전노장 유광우가 효율적인 볼 배분으로 빈 자리를 채워줬다. 레프트 정지석(리시브 1위·공격 2위)·곽승석(수비 4위·리시브 9위)은 비예나와 삼각편대를 구성해 대한항공의 공·수를 책임지고 있다.
박희상 KBSN 해설위원은 “다른 팀들보다 용병에 안정감이 있고 국내 선수들도 확실히 제 몫을 다 해줘 짜임새 있는 플레이를 펼치고 있는 게 두 팀 호조를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