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교수, 청문회서 트럼프 아들 배런 언급했다 역풍

입력 2019-12-05 15:5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탄핵 청문회에서 한 증인이 트럼프 대통령의 미성년 아들 배런(13)의 이름을 거론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까지 나서 어린 아들을 정치에 결부시키느냐고 비판했다.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파멜라 칼런 스탠퍼드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4일(현지시간) 하원 법사위원회 탄핵 청문회에 출석해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헌법 2조는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걸 다 할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다”며 “헌법은 귀족 계급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 아들 이름을 배런이라고 지을 수는 있어도 그에게 남작(baron) 작위를 수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칼런 교수의 발언은 미국 대통령의 임기와 권한, 탄핵 사유 등을 규정한 헌법 2조를 설명하는 맥락에서 나왔다. 전제군주제 국가의 국왕은 자신의 말이 곧 법이기 때문에 불법 행위가 성립되지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헌법의 제한을 받기 때문에 왕과 다르다는 것이다. 칼런 교수는 미국 대통령이 헌법을 초월해 귀족 작위를 수여할 수 없음을 강조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 이름과 똑같이 ‘배런’으로 발음되는 남작 작위를 언급하며 농담을 한 것으로 보인다.


칼런 교수의 발언이 알려지자 트럼프 대통령 측 인사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멜라니아 여사는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영국 런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귀국하던 도중 트위터에 “미성년자는 사생활을 보호받아야 하며 정치 문제에 연루돼서는 안 된다”며 “칼런 교수 당신은 아동을 이용해 개탄스럽고도 노골적으로 편향적인 대중 영합 발언을 한 데 대해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멜라니아 여사의 트윗을 리트윗했다.

스테파니 그리셤 백악관 대변인도 트위터에 “민주당이 소환한 증인이 품위 없는 언행을 했다”며 “칼런 교수는 이 사안과 관련도 없고 사생활을 존중 받아야 하는 10대 소년을 농담의 펀치라인(punchline·개그 만담의 핵심 구절)으로 삼았다”며 “더욱 끔찍한 일은 당시 청문회장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는 것이다. 지금 이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은 웃을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재선 캠프 공식 트위터 계정은 “헌터 바이든(조 바이든 전 부통령 아들)을 언급하면 선을 넘는 거라더니 13세에 불과한 배런 트럼프에게는 그래도 된다는 거냐”면서 “상황이 갈수록 비현실적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논란이 계속되자 칼런 교수는 “앞서 청문회에서 대통령 아들을 언급한 데 대해 사과하고 싶다”며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기를 바란다. 나는 그 말을 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