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여성 629명이 지난해부터 지난 4월까지 중국에 신부로 팔려갔다고 AP통신이 4일 보도했다. 이들은 신체·언어적 학대를 당하는 것은 물론이고 성매매를 강요받거나 장기가 적출되는 경우도 있다.
AP에 따르면, 파키스탄 연방수사국은 지난 6월 출입국 시스템 정보를 활용해 매매혼 혹은 인신매매를 당한 것으로 보이는 여성 629명의 신원과 중국인 남편의 이름, 결혼 날짜 등 정보를 적은 명단을 만들었다. 629명은 모두 지난해부터 지난 4월 사이에 중국에 팔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대부분은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여성이었고, 가족이 돈을 목적으로 팔아넘긴 것으로 추정됐다. 피해 여성 중에는 10대 소녀도 있었다. 통신에 따르면 중국인 신랑은 신부를 사오는 대가로 브로커에게 400만~1000만 루피(3000만~7700만원)를 지불한다. 이중에 딸을 판 가족에게 주어지는 돈은 20만 루피(154만원)에 불과하다. 브로커가 대부분의 이익을 챙기는 셈이다.
통신은 이렇게 팔려나간 파키스탄 신부는 중국인 남편에게 신체, 언어적 학대를 당하며 때론 성매매를 강요받기도 한다고 보도했다. 중국에서 시달리다가 다시 돌아가고 싶다며 호소하는 여성들도 많다고 한다. 중국으로 팔려나간 여성 중 일부의 장기를 떼어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중국은 1979년부터 가구당 자녀를 1명으로 제한하는 한 자녀 정책을 실시하면서 남아선호 문화가 생겼고, 이로 인해 남녀 성비 불균형이 있다. 중국에서 남성은 여성보다 3400만명 정도 더 많아 국제결혼이 성행하고 매매혼까지 이뤄지고 있다.
AP통신은 파키스탄이 중국과 우호관계를 강조하다 보니 수사와 재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키스탄은 지난 10월 인신매매 혐의로 기소된 31명의 중국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피해 여성들이 회유와 협박을 받아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을 깊이 파고들지 말라는 윗선의 압력을 받고, 심지어 다른 곳으로 전보당한 사람도 있다고 통신에 주장했다. 파키스탄 내무부와 외무부는 관련 논평을 거부했다.
한 수사 관계자는 “아무도 이 여성들을 돕지 않고 있다. 이런 인신매매가 이어지고, 시장은 커지고 있다”며 “모든 사람들은 수사하지 말라는 압박을 받고 있고, 범행을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피해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압력이 있는 상황에서 인터뷰에 응한 이유에 대해 그는 “나도 살아야 된다. 우리의 인간성은 어디로 갔느냐”고 답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 명단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중국과 파키스탄 양국 정부는 법과 규정을 준수하면서 자발적 동의를 바탕으로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것을 지지한다”며 “불법적인 국제결혼업 종사자에 대해서는 단호히 처벌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권 운동가들은 “파키스탄이 중국과 경제 협력을 해치고 싶지 않아서 신부 인신매매를 눈 감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세원 기자 o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