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외주 스태프 2명을 성폭행·성추행한 배우 강지환(본명 조태규·42) 사건에서 쟁점이 됐던 ‘성추행 피해자의 심신상실 여부’에 대해 재판부는 “항거불능 상태였다고 보는 게 맞다”고 판결했다. 강지환 측은 성추행 피해자가 사건 당시 저항할 수 없는 상태였는지 의심스럽다며 이 건에 대해 사실상 무죄를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유죄라고 본 것이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제1형사부(최창훈 부장판사)는 5일 준강간·준강제추행 혐의를 받는 강지환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사회봉사 120시간, 성폭력치료감호 40시간, 취업제한 3년도 명령했다.
강지환 측은 지난 9월부터 진행된 네 차례의 공판에서 범행 대부분을 인정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달 3일 열린 3차 공판 도중 사건 당시 준강제추행 피해자가 심신상실 상태였다고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취지로 진술을 번복했다.
당시 강지환의 변호인은 “피고인의 입장이라기보다는 변호인의 입장에서, 증거법상 (준강제추행 피해자의 심신상실 진술에 대한) 상당한 의심이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강지환에게 “변호인 의견과 같냐”고 물어봤고, 강지환은 “변호인 의견에 따르겠다”고 답했었다.
재판부는 이같은 강지환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를 보면 피해자가 당시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잠이 들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며 “무죄 취지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강지환이 인정한 성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보강 증거가 충분해서 유죄로 인정이 된다”고 판시했다.
또 “공판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바라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성범죄 특성상 피해가 온전히 회복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피고인은 합의가 됐다는 점에 그쳐서는 안 되고 생을 다할 때까지 참회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여성이 있기에 사람들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강지환은 지난 7월 9일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자택에서 자신의 촬영을 돕는 외주 스태프 여성 2명과 술을 마신 뒤 이들이 자고 있던 방에 들어가 1명을 성폭행하고 다른 1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돼 같은 달 25일 재판에 넘겨졌다.
강지환은 지난달 21일 결심공판 당시 최후진술을 통해 “한순간 큰 실수가 많은 분께 큰 고통을 안겨준 사실 때문에 삶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괴롭고 힘들었다. 저 자신이 너무나 밉고 스스로도 용서가 되지 않는다”며 범행을 후회한다고 털어놨다.
강지환 측은 결심공판 전날 피해 여성 2명과 극적으로 합의했다. 이후 합의서와 처벌불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