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에서 추진되는 ‘북한 인권토의’에 대해 강력 대응을 경고했다고 로이터통신이 4일(현지시간)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는 이날 안보리에 보낸 이메일 성명에서 “북한의 인권 상황을 다루는 어떤 회의도 심각한 도발”이라며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미국의 적대정책을 편드는 것으로, 한반도 긴장 완화와 핵이슈 해법을 도와주기는커녕 오히려 훼손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사는 “안보리가 북한 인권토의를 밀어붙인다면, 한반도 상황은 다시 악화할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현재 12월 안보리 순회의장국인 미국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독일은 세계 인권선언의 날인 오는 10일 북한 인권토의 개최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리가 북한 인권토의를 안건으로 채택하려면 절차 투표를 거쳐야 한다. 투표에서 5개 상임이사국과 10개 비상임이사국이 참여하는데 9개국 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하다.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5개 상임이사국의 거부권(veto)은 적용되지 않는다.
미국은 지난해에도 북한 인권토의를 추진했지만, 충분한 지지표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회의 요청을 철회했다. 전체 15개 안보리 이사국 가운데 8개국의 지지를 확보하는 데 그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부터 매년 개최된 안보리 북한 인권토의가 무산된 것은 작년이 처음이었다.
당시 볼리비아·카자흐스탄 등 일부 비상임 이사국들이 중국·러시아 중심의 반대 전선에 가세했지만, 올해는 안보리 지형이 달라졌다는 게 변수다.
현재 10개 비상임 이사국은 독일, 벨기에, 폴란드, 코트디부아르, 도미니카공화국, 적도기니, 인도네시아, 쿠웨이트, 페루, 남아프리카공화국이다. 이 때문에 별다른 변수가 없다면 미국의 계획대로 북한 인권토의가 개최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를 놓고 토의를 한다고 해도 북한 내 인권상황이 실질적으로 바뀌는 것은 없지만,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무대에서 북한의 인권 실상을 조명함으로써 북한을 압박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실제로 북한은 유엔 안보리가 북한 인권토의를 개최할 때마다 강력히 반발해왔다.
박세원 기자 o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