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울발연에 처박았다”…전 울산시장, 전 국장의 악연

입력 2019-12-05 04:00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비위를 처음 제보한 인물로 지목된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은 울산시 공무원을 지냈지만, 퇴직 과정에서 김 전 시장과 사이가 틀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시의 계약직 공무원이던 송 부시장은 김 전 시장 재직 당시인 2015년 퇴직해 울산발전연구원 공공투자센터장으로 옮겼다. 그는 이때 “나를 울산발전연구원에 처박았다”며 김 전 시장을 원망했다고 한다.

4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송 부시장은 자유한국당 울산시장을 지낸 박맹우 전 시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였다. 5급 계약직 공무원으로 출발한 그는 박 전 시장 당시 울산시의 교통정책을 총괄하는 3급 교통국장 자리까지 올랐다. 이후 김 전 시장 체제에서 임기를 연장하지 못하고 퇴직했다. 울산시 사정을 잘 아는 인사는 “계약직 국장급은 시장이 바뀌면 사표를 내는 법”이라고 말했다.

송 부시장은 이때 김 전 시장에 대한 감정이 극도로 나빠졌고, 이를 주변에 토로했다고 지역사회에선 알려졌다. 송 부시장은 주변에 “박 전 시장 때 열심히 해서 5급부터 국장까지 올라갔는데, 김 전 시장이 임기 연장을 안 해주고 울발연(울산발전연구원)에 처박더라”고 자주 말했다고 한다. 송 부시장은 이후 송철호 현 울산시장 측 인사가 된다. 지난해 지방선거 때에는 송 후보 선거캠프에서 정책팀장을 맡았다.


송 부시장이 김 전 시장의 비위 첩보를 제보했다는 소식들이 전해지자 김 전 시장은 “그럴 수 있었겠다”고 말했다. 송 부시장은 애초부터 김 전 시장 측에 의해 이번 사태의 배후로 지목돼 있었다. 김 전 시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박기성 전 실장은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 수사 과정에 특정 공무원의 악의적 진술이 있었다”며 송 부시장을 겨냥했다.

지난해 3월 16일 울산경찰청의 비서실 압수수색 영장에는 “박 실장이 레미콘 업무와 관련해 공무원을 질책했다”는 송 부시장의 말이 적혀 있었다. 김 전 시장 측 고발인과 결탁했다가 재판에 넘겨진 울산경찰청 전 수사팀장의 수첩에는 ‘2017년 12월 7일 송 국장 14시’라는 메모도 있었다. ‘송 국장’은 추후 공판에서 송 부시장으로 확인됐다.

송 부시장은 최근 들어 주변에 “내가 제보했다”는 말을 건네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검찰은 송 부시장을 문제성 첩보의 원천으로 곧장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수사는 진행 중이며, ‘윗선’ 여부의 의심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검찰은 “사실 그 분(송 부시장)이 줬는지도 모르는 것”이라며 “여러 가지 ‘설’이 많아 충분히 잘 살펴봐야 하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송 부시장이 제보를 줬는지도 알 수 없다. 아직은 주장 단계 아니냐”고도 했다. 송 부시장이 제보자를 자처했지만 진정한 ‘윗선 주범’으로 결론내리기는 섣부르다는 얘기다.

울산=구자창 기자, 허경구 김용현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