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고래고기 사건 때문이라면, 왜 죽습니까?”
이른바 ‘백원우 별동대’로 활동했던 A수사관의 죽음을 ‘검찰 탓’으로 돌리는 청와대와 여당 모습에 검찰 내부 여론이 들끓고 있다. A수사관이 단지 고래고기 사건을 물어보려 울산에 갔다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검찰의 별건수사·강압수사가 있었을 것이라는 여권의 공세에도 검찰은 터무니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전직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원인 A수사관은 지난 1일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죄송하다” “가족에 대한 배려를 부탁드린다”고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여권은 별건수사 등 검찰의 과도한 압박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청와대는 A수사관이 검찰에 압력을 받고 있었다는 취지로 입장을 냈다. 이례적으로 고인의 통화 내용도 공개했다. A수사관이 울산지검 조사 후 민정비서관실 소속 B행정관에게 “힘들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는 내용이다. 청와대는 A수사관의 발인식이 열린 4일에도 고인의 죽음과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은 전혀 관련이 없다고 재확인했다.
검찰 내에선 이러한 청와대의 발표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검찰 관계자는 “고래고기 사건은 정말 아무 것도 아니다. 검찰이 그 사건으로 압박할 이유도 없다”며 “그런데 사람이 왜 죽느냐. 말이 안 된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여권이 주장하는 별건수사라는 건 곧 A수사관에게 다른 범죄 혐의가 있었다는 말”이라며 “아무런 증거도 없이 고인을 그렇게 이야기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A수사관이 별건수사로 괴로워했다면 가족이 모를 리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서초동의 검찰 출신 변호사는 “실제라면 윤 총장이 조문했을 때 유족들이 돌을 던졌어야 한다”고 했다. 결국 법조계는 A수사관이 진실을 말할 수도, 거짓을 말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져있었다고 보고 있다.
A수사관은 지난 2월까지 2년간 청와대에서 근무하다 서울동부지검으로 복귀했다. 한 법조계 인사는 “6급 수사관에게 검찰이 ‘책임지라’고 해서 얻는 게 무엇이 있느냐”며 “몸담았던 청와대가 퇴로를 막으면서 갈곳을 잃은 것 같다”고 말했다.
A수사관의 사망 경위와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을 해결할 열쇠는 대검찰청에서 포렌식 중인 휴대전화에 담겨 있다. 한 부장검사는 “공직선거 개입 의혹은 국민 주권을 건드린 사건”이라며 “검찰은 ‘수사 결과’라는 한 가지 카드밖에 없다”고 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