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압수수색 검찰…규명해야 할 의혹은

입력 2019-12-04 17:35
검찰이 청와대 압수수색에 나선 4일 청와대 연풍문 앞에서 취재진이 압수수색 물품 반출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4일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를 지시한 청와대 ‘윗선’과 정권 실세들을 겨냥한 검찰의 승부수로 풀이된다. 검찰은 이번 압수수색을 “감찰 중단과 관련된 것”이라고 밝혔지만,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하명 수사 및 선거 개입 의혹도 겨냥한 처사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정섭)는 “유 전 부시장 감찰 중단 의혹 사건과 관련해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오전 11시 30분쯤 대통령비서실 압수수색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청와대의 특수성을 고려해 임의제출 형식으로 필요한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은 조국 민정수석이 재직했던 2017년 10월 특별감찰반이 유 전 부시장에 대한 비위 의혹을 감찰하다가 그해 12월 돌연 중단한 것과 관련해, 당시 감찰 자료 및 보고 문건 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압수수색의 일차적 목표는 감찰 무마 윗선을 파악할 수 있는 증거자료를 확보하는 것이다. 박형철 반부패비서관과 이인걸 전 특감반장을 비롯해 복수의 전직 특감반원들은 검찰 조사에서 조 전 장관의 지시로 감찰을 중단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권 실세들이 유 전 부시장과 수시로 연락하며 금융권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규명 대상이다. 검찰은 특감반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당시 작성된 감찰 자료를 일부 확보했는데, 여기엔 유 전 부시장이 텔레그램(비밀 대화방)을 통해 김경수 경남도지사,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천경득 총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과 금융위 인사를 논의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청와대는 문제의 텔레그램 대화방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일축한 상태다. 금융계에서는 유 전 부시장이 청와대와 금융위 간 파이프라인 역할을 했다는 말이 나왔다.

검찰은 이 가운데 천 선임행정관을 조만간 불러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부시장이 금융위 금융정책국장 재직 당시 금융위 부위원장이었던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도 최근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청와대는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 중단 1년 후 모든 특감반원의 PC와 자료를 전부 회수해 갔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전직 특감반원들을 면담한 결과에 따르면 청와대 본청 전산팀과 공직기강비서관실은 지난해 12월 특감반원들의 PC와 자료 일체를 회수해 갔다고 한다. 조 전 수석은 당시 민정수석으로는 12년 만에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유 전 부시장 비위 의혹에 “근거가 약하다. 프라이버시 문제”라고 했었다.

유 전 부시장 감찰 무마 결정에 관여했다고 알려진 백원우 민주연구원 부원장(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은 청와대의 하명수사 의혹과도 연결돼 있다. 백 부원장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반부패비서관실 특감반과는 별도의 특감반을 운용하며 김 전 시장 비위 첩보를 재가공, 경찰에 이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른바 ‘백원우 별동대’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검찰 수사관 A씨는 지난 1일 지인의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번 압수수색은 유 전 부시장이 구속된 지 일주일 만에 이뤄졌다. 다만 유 전 부시장 수사가 본격화된 지난 9월 이후 석 달 가까이 시간이 흐른 만큼 핵심 자료를 확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