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발 생수전쟁 2라운드…제주 오리온측에 물공급 중단 공식화

입력 2019-12-04 16:48
박근수 제주도 환경보전국장이 4일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어 오리온의 용암수 출시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전국 생수 판매 1위 ‘삼다수’의 아성에 오리온이 ‘용암수’를 출시하며 도전장을 내밀자, 제주도가 물 공급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제주도는 4일 오전 긴급 브리핑을 열어 오리온 용암수 국내판매 개시에 대한 공식입장을 내놨다.

박근수 제주도 환경보전국장은 “2년전 원희룡 제주지사와 허인철 오리온그룹 부회장 면담 당시 원 지사가 국내 시판은 하지 말도록 요청했는데, 오리온이 신의를 저버렸다”면서 “연내 오리온이 변화된 입장을 보이지 않으면, 물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이 자리에서 지난해 10월 오리온에 보낸 공문을 공개했다. 공문에는 ‘음료사업 추진시 제주도와 사전협의한 대로 판매시장을 중국과 동남아시아로 하고 전량 수출한다. 국내판매 제품 생산용 용암해수(염지하수)의 공급은 불가하다’고 명시돼 있다. 박 국장은 “이 문건 이후 1년이 넘도록 우리는 오리온으로부터 어떤 공문도 받지 못 했고, 그런 상황에서 오리온이 국내 생수 출시를 강행했다”고 했다.

오리온 용암수 공장이 입지한 제주용암해수일반산업단지는 관리기관인 제주테크노파크와 염지하수 사용공급을 맺어 물건을 생산한다. 하지만 오리온은 관정 이용 허가 신청서 철회 이후 현재까지 관리기관과 염지하수 공급 계약을 맺지 않은 상태다.

제주도는 “공급계약 자체가 없기 때문에 계약 조건의 합의도 없고, 오리온에 염지하수를 공급할 의무도 없다”고도 일축했다. 오리온 측은 “내부적으로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만 간략히 전해왔다.

이런 가운데 이번 기회에 제주도의 물 관리 체계에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제주도는 특별법을 통해 제주지하수를 공공자원으로 규정, 개발·이용허가를 지방공기업에만 주고 있다. 다만 제주지사가 고시한 지역에 한해 사기업 이용을 허가한다. 오리온 용암수 공장이 위치한 제주용암해수일반산업단지가 대표적이다. 이곳엔 이미 염지하수(용암해수)를 가공해 혼합음료로 판매하는 기업이 있어 역차별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이번 사태의 일차적 책임은 오리온 측으로 무게가 실린다. 국내 판매에 대한 제주도와의 사전 조율 여부를 떠나, 용암수의 주 원료인 염지하수의 공급과 사용에 대한 계약없이 제품 시판을 강행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혼합 음료인 용암수를 삼다수와 같은 먹는 샘물로 오인하도록 ‘미네랄 워터’로 강조하는 홍보 방식에도 소비자의 오인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