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기류’ 현대차 노조, 8년 만에 무파업 이어 실리주의 이상수 노조지부장 당선

입력 2019-12-04 16:45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에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8년 만의 무분규 임금단체협약 타결을 이끌어낸 데 이어 6년 만에 ‘중도·실리’ 성향 후보가 새 간판으로 선출되면서 ‘세대교체’가 진행되는 분위기다.

전국금속도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는 전날 진행한 투표 결과 이상수(사진 가운데) 후보가 49.9% 득표율로 8대 노조 지부장에 당선됐다고 4일 밝혔다. 이 당선인은 2만1838표를 얻어 2만1433명(48.98%)을 얻은 강성 성향의 문용문 후보를 405표(0.93%)의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지난 달 28일 실시한 1차 투표 결과 이 당선자가 1위를 차지했으나 과반 득표자가 없어 2위 였던 문 후보자와 결선 투표를 실시한 만큼 일찌감치 ‘강성 대 실리’의 대결로 분위기가 압축된 상황이었다.

1988년 입사한 이 당선자는 중도성향·실리주의 노선 현장조직인 ‘현장노동자’ 의장으로 2009년 3대 집행부에서 수석부지부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그는 주요 공약으로 호봉 승급분 재조정, 61세로 정년 연장, 해외공장 유턴 등 4차 산업대비 고용안정 확보, 각종 휴가비 인상, 장기근속 조합원 처우 개선 등을 내걸었다. 이 후보자는 선거 과정에서도 ‘이제는 실리다’ ‘투쟁을 넘어 실리’ 등을 구호로 내세워 파업보다는 사측과의 합리적 협상을 통해 임금 인상과 복지 향상 등 조합원 실익을 챙기겠다는 노선을 내세웠다.

이에 노조의 방향성이 그간의 강경 투쟁 위주에서 노조원 실익과 노동 안정성을 중시하는 쪽으로 이동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 노조는 2013년 당선됐던 실리주의 성향의 5대 이경훈 지부장 이후 2015년 6대 박유기 지부장, 2017년 7대 하부영 지부장까지 두 번 연속 강성 집행부가 이끌어왔다.

현대차는 자율주행차 상용화 등 미래차 전략을 발 빠르게 추진하며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체제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미래 모빌리티로 나아가는 큰 방향성을 바꿀 수 없다면 인력 감축에 대한 요구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 노조 역시 이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 당선자는 내년 1월1일부터 2년 간의 임기를 시작한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