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이 신장 위구르 지역 소수민족 인권탄압에 관여한 인사 등을 제재하는 ‘위구르 법’을 통과시켰다. 홍콩 인권 민주주의 인권법안(홍콩 인권법) 제정으로 중국이 거센 반발이 일고 있는 가운데 위구르 법까지 가결되면서 미·중 갈등이 더욱 격화되고 있다.
미국 연방하원은 3일(현지시간) ‘위구르법 2019’(위구르 관여 및 해외 인도주의적 통합 대응 법률 2019)을 찬성 407표 대 반대 1표의 압도적인 표 차로 가결했다.
이 법안은 올해 9월 상원을 통과한 위구르법을 강화한 것으로, 신장 위구르 지역 소수민족 탄압에 관여한 중국 인사들에게 비자 제한과 자산 동결 제재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았다.
법안에는 제재 대상자로 신장위구르 자치구 당서기 천취안궈(陳全國)의 이름이 명시됐다. 미 정부 기관은 위구르 탄압에 가담한 해외 인사와 조달·용역 계약을 체결할 수 없게 된다.
법안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은 중국의 위구르 탄압에 규탄 및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강제노동 수용소 폐쇄를 촉구해야 하고 국무장관은 신장 수용소에서 벌어지는 인권 탄압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법안은 또 개인의 사생활, 이동의 자유 및 기타 기본 인권을 억압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 미국 기술의 대중 수출 통제를 강화하도록 했다.
공화당 소속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은 신장 위구르 지역 수용시설에 대해 “홀로코스트(나치 독일의 유대인 탄압) 이후 유례없는 규모로 수백만 명이 구금된 현시대의 강제수용소”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위구르법 가결에 강력히 반발하며 보복 가능성도 내비쳤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4일 성명을 통해 “중국의 내정에 심각하게 간섭한 것”이라며 “중국은 강렬한 분개와 반대를 표시한다”고 밝혔다.
화 대변인은 “신장 문제의 근본은 인권, 민족, 종교 문제가 아니고 반테러와 반분열의 문제”라고 주장하며 이번 법안이 중국의 대테러 노력을 모독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장의 일은 순전히 중국 내정으로 외국의 어떤 간섭도 용납하지 않는다”며 “이번 법안이 미국의 위선과 음흉한 속셈만 더 드러냈다”고 비난했다. 이어 “미국이 신장 문제를 이용해 중국 내 민족 관계를 이간질하고 중국의 발전을 억제하려는 기도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화 대변인은 “중국은 형세 변화에 따라 한 걸음 더 나아간 반응을 할 것”이라며 반격 가능성도 내비쳤다.
앞서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전날 트위터 계정에서 신장 위구르 법안 통과시 보복조치로 미국 기업이 포함된 블랙리스트와 미국 개인 및 기업의 중국 진입 불허, 법안 주도한 미국 정치인 제재 등을 거론했다.
홍콩인권법 제정에 이어 위구르법이 하원을 통과하면서 가뜩이나 진척이 없는 미·중 무역협상이 더욱 교착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나에게는 데드라인이 없다. 중국과의 합의를 선거 이후까지 기다리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크리스 존슨은 “중국이 우려하는 요소가 하나 더 더해졌다”며 “양국 갈등에 불쏘시개와 연료를 추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