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매출채권은 안전한 담보대출 기법 중 하나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우리들병원 특혜대출 의혹에 선을 그었다. 2012년과 2017년의 대출 모두 정상적 절차를 거쳐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대선 기간과 맞물려 대출이 이뤄졌다고 억지로 ‘정치적 쟁점’으로 만드는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이 회장은 4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우리들병원 대출은 정상적인 절차대로 진행됐다. 선거 기간과 맞물렸다고 해서 정치적으로 논쟁거리가 될 만큼의 (중요한) 사안인지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이 2012년과 2017년 두 차례에 걸쳐 우리들병원에 빌려준 대출금이 절차나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못을 박은 것이다.
먼저 이 회장은 우리들병원이 2012년 받은 1400억원 규모 대출은 충분한 담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우리들병원이 가지고 있던 건물과 토지, 각종 기자재를 담보로 잡았더니 담보가액이 거의 1000억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상업적인 판단에서 충분히 나갈 수 있는 대출 규모”라고 덧붙였다.
이어 2017년에 우리들병원이 추가로 빌려간 796억원도 정상적인 ‘유동화 대출’이었다고 했다. 이 회장은 “(2012년 첫 대출 이후) 우리들병원은 2017년까지 성실하게 원리금을 상환하고 있었다. 여기에다 향후 5년간 예상되는 매출채권도 8000억원이었다. 대출 결정 기준에 있어 하등의 문제가 없다”고 했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우리들병원은 2017년 대출 당시 기존 대출 잔액 1400억원에서 원금을 갚고 남은 잔액에 대해 ‘재대출(리파이낸싱)’한 것이었다.
여기에다 산업은행은 예상매출채권을 담보로 잡는 건 은행에서 통상적으로 하는 ‘안전한 영업기법’이라고 강조했다. 예상매출채권이 담보로 잡혀 있으면 우리들병원이 수익을 거둘 때마다 산업은행 계좌로 돈이 입금되는 구조다.
이 회장은 이상호 우리들병원 원장의 개인회생 신청 이력 때문에 대출을 해줄 수 없었다는 의혹도 해명했다. 당시 이 원장은 개인회생 신청을 취소한 상태였기 때문에 산업은행에 대출을 신청할 권리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개인회생 신청 인가가 있든 없든 위험성 여부는 우리가 판단할 몫”이라며 “(하물며) 우리가 이 원장 개인 하나만을 보고 대출을 실행한 것도 아니다”고 했다.
이 회장은 정치적 논란 확산에 유감을 표했다. 그는 “심재철 의원이 대출이 나갔던 당시 회장이었던 강만수 전 산업은행 회장을 직접 만나길 바란다”며 “교묘한 스토리텔링으로 정치적 의혹을 제기하기 전에 우선 제대로 (사실을) 확인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