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으로 주도권 잡은 황교안, ‘공천 혁신’으로 물갈이 예고

입력 2019-12-04 15:44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4일 국회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실에서 나경원 원내대표를 만난 뒤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공천 혁신’을 언급하며 대대적 물갈이를 예고했다. 단식 이후 대대적 당직 인선을 한 황 대표가 당내 주도권을 세게 쥐고 나가는 모양새다.

황 대표는 4일 청와대 앞 투쟁 천막에서 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앞으로 공천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공천관리위원회가 중요하다. 조만간 공천관리위원회가 구성될 텐데 좋은 공천관리위원장을 세워야 한다”며 “국민 여러분들께서 공천관리위원장 적임자를 추천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천도 이제는 국민 중심으로 하겠다. 이미 혁신의 물결이 일기 시작했다. 일파만파로 번져나가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한국당 총선기획단은 지역구 의원 3분의 1 컷오프를 포함해 현역 의원 절반을 물갈이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인적쇄신안을 발표했다. 당내에서는 현역 의원의 70%까지 물갈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50%도 부족하다. 70%는 갈아엎어야 한다”며 “큰 폭의 물갈이 없이는 총선 승리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가 당직 인선에 3선 이상을 포함하지 않은 것이 물갈이에 대한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황 대표는 사무총장에 초선 박완수 의원, 비서실장에 재선 김명연 의원, 전략기획부총장에 초선 송언석 의원 등을 임명했다. 한 재선 의원은 “당직을 맡은 의원들이 초선, 재선인 것만 봐도 3선 이상 물갈이를 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라며 “소위 ‘말 잘 듣는’ 의원을 당직에 앉혀서 대표의 뜻대로 공천 혁신을 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영우 자유한국당 의원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총선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날 수도권(경기 포천·가평) 3선의 김영우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 의원은 “나라가 총체적으로 무너지는 이때 우리 내부에서 혁신을 바라는 목소리가 제지당하거나 막혀서는 안 된다”며 “20대 총선 때 막장 공천으로 당을 분열시키는데 책임이 있는 정치인, 최고 권력자의 눈과 귀를 가리고 호가호위했던 정치인, 거친 언어로 정치의 품격을 떨어뜨리면서 당을 어렵게 만든 정치인도 이제는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당에서 공식적으로 불출마 뜻을 밝힌 의원은 김무성(6선)·김세연(3선)·김성찬(재선)·유민봉(초선) 의원 등이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