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런던을 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2일 치러지는 영국 조기총선에 개입하고 있다는 세간의 우려를 일축했다. 그러면서도 보리스 존슨 총리를 편드는 발언을 내놓으며 선거 간섭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런던 주재 미 대사 관저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조찬 회동을 하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영국 총선에 대해 아무런 의견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영국 현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노동당을 비난하고 존슨 총리를 치켜세우는 등 영 총선에 개입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이를 일축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 선거에서 벗어나 있을 것이다. 선거를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가 비난해온 제러미 코빈 대표가 이끄는 노동당이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함께 일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도 “나는 누구와도 일할 수 있다. 함께 일하기 아주 쉬운 사람”이라고 답했다. 다만 이날도 결국 “내가 보기에 보리스는 매우 유능하며, 매우 잘해낼 것”이라며 사실상 존슨 총리에 대한 지지 발언을 이어갔다.
‘트럼프의 간섭’을 지켜보는 노동당의 속내는 복잡하다. 선거 전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보수당에 10% 가까이 뒤지고 있는 노동당으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영국 방문을 내심 반기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영국 내 비호감도가 높은 트럼프 대통령이 존슨 총리에 대한 적극 지지를 표명하거나 총선 쟁점으로 떠오른 국민보건서비스(NHS) 관련 실언을 할 경우 노동당 지지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 방문 때도 런던 시내 중심가에 반(反) 트럼프 시위가 개최될 정도로 영국인들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감은 높다. 시위대는 “트럼프는 NHS에서 손을 떼라” 등의 문구가 담긴 손팻말을 들었다. 트럼프의 영국 방문 때마다 반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노동당은 존슨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친분 관계를 부각하며 보수당이 총선에서 과반을 확보할 시 브렉시트 후 양국 무역 협상에서 영국의 자랑인 NHS를 민영화해 팔아넘길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며 보수당에 대한 공세를 펴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서도 노동당의 공세를 차단하며 존슨 총리를 간접적으로 지원했다. 그는 NHS를 무역 협상에서 논의할지 묻는 기자들에게 “전혀 아니다. NHS로 할 게 없다. 진심으로 생각해 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디서 루머가 시작됐는지 모르지만 우리는 절대 NHS와 관계 없다. 원치도 않는다”며 “영국이 NHS를 은쟁반에 담아 바치더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