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게 동맹인 한국에 과도한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한 데 우려를 표하며, 현재보다 5배 넘는 금액을 요구하는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미가 분담금 협상으로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오히려 미국 내부에서 자국의 과도한 분담금 요구가 동맹 균열을 야기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엘리엇 엥걸 하원 외교위원장과 애덤 스미스 하원 군사위원장은 3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에게 지난달 22일 보낸 서한을 공개했다. 이날은 미국 워싱턴에서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4차 회의가 시작된 날이기도 하다.
위원장들은 서한에서 “동맹국이 해외 주둔 미군 비용에 공정하게 기여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면서도 “정부가 한국에 연간 분담금으로 대략 50억달러(약 6조원), 즉 현재보다 5배 넘는 액수를 요구하고 있다는 여러 보도에 우려한다”고 밝혔다.
엥걸·스미스 위원장은 인도·태평양 전략 안보 위협 요소로 ‘규범에 근거한 국제질서를 약화시키려는 중국’ ‘미국의 정책에 맞서려는 러시아’ ‘북한의 불법 무기 개발 프로그램’ 등을 꼽으며 “역내 안보 위협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미국, 한국, 일본이 협력해야 할 시점에 엄청난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는 것은 미국과 동맹국 간에 불필요한 균열을 부른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협상이 우리 동맹관계나 주둔 지속성을 흔드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공짜로 부자 나라를 지켜준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도 반박했다. 위원장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는 정반대로 약 2만8500명의 주한미군은 오로지 한국 방어만을 위한 게 아니다”라며 “우리가 (한반도) 전진 주둔하는 주목적은 미국의 국익 향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방부 인도태평양전략 보고서는 한·미동맹을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린치핀’(핵심축)으로 표현한다”며 “한·미 병력의 상호 운용성을 보장하는 것은 경쟁국 및 적국의 도발을 억지하는 중대한 전력을 배가하는 역할을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2019년 연 9억2400만달러(약 1조1037억원)로 방위비 분담금을 늘리기로 합의했다”며 “한 국방부 증인은 현 방위비 분담금 합의가 공정하고 상호이익적이라고 증언했다”고도 덧붙였다.
이를 토대로 한국에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진 ‘연간 50억달러’의 근거를 2주 내에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이밖에 연간 총 주한미군 유지비용,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요구하고 있는 금액, 합의 결렬 시 주한미군의 작전과 준비태세, 역내 미 국가안보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서도 답변을 요구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