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차장검사 브리핑,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한 공보는 국민 알권리 보장과 오보방지 등을 위해 공개적으로 진행한, 당시 공보준칙 등에 따른 정상적인 공보활동”이라고 밝혔다. 이어 “PD수첩이 발언 여부에 대한 진위 확인도 곤란한, 음성을 변조한 복수의 익명 취재원을 내세워 일방적인 추측성 내용을 방송한 것은 검찰 및 출입기자단의 명예를 훼손하기 위한 악의적인 보도”라고 지적했다.
실제 전날 방송된 PD수첩 내용에는 과도한 추측과 해석이 많았다는 지적이다. 사실과 다른 부분도 적지 않았다. 사실을 보도하기 위한 크로스체크가 안됐다는 것이다. 언론 윤리에 위배되는 행위다. 그간 국민들의 관심이 컸던 주요 사건의 경우 출입 기자들이 국민 알권리 차원에서 공개 소환 여부와 귀가 일정 내용을 검찰에 알려달라고 요구해왔다. 검찰은 이에 따라 제한된 범위 내에서 소환 여부, 귀가 예정 시간 정도를 기자단에 문자 메시지로 알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뇌물 수사 사건 때도 마찬가지였다. 검찰 관계자는 “수십 명의 기자들이 검찰 청사 현관에 계속 대기하면 주요 피의자의 소환 여부, 귀가 여부는 자연히 알려 진다”며 “비효율적인 시간낭비와 다른 민원인들의 편의를 위해, 국민 알권리 차원에서 공보가 이뤄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등은 국정농단 특검 법안을 통과시킬 때 언론을 상대로 브리핑과 공보를 할 수 있는 조항을 법안에 일부러 포함시켰다. 특검법 12조에는 ‘특별검사 또는 특별검사보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피의사실 외의 수사 과정에 대해 언론브리핑을 실시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에 따라 ‘박영수 특검’은 당시 수사 상황을 언론 브리핑, 문자 메시지 등 검찰과 동일한 방식으로 기자들에게 공지했다.
위와 같은 사례가 있었는데도 PD수첩은 의아하게도 서울중앙지검의 언론 브리핑과 문자 메시지를 문제 삼았다. 이를 통해 피의사실을 공표한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검찰 언론 브리핑 내용은 모바일 메신저 등을 통해 정치권에도 실시간 공유돼왔다. 당시 민주당은 사법농단 의혹 수사 과정에서 이 브리핑을 문제 삼은 적은 없었다. 오히려 검찰이 브리핑을 통해 공개한 내용에 공감하며 힘을 실어 줬다. 검찰은 당시 법원이 판사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하고 있다며 공개 반발했었다. 지난해 10월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사법농단 주역들은 압수수색 영장부터 줄줄이 기각되지 않느냐”고 따졌다. 이춘석 민주당 의원은 “방탄소년단이 들으면 기분 나쁘겠지만 사람들은 지금 사법부를 보고 방탄판사단이라고 한다”고 대법원을 질타했다.
PD수첩은 오보에 대해 검찰 공보관이 해당 기자에게 정정을 요청하며 관련 설명을 한 것도 ‘피의사실 공표’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8월 모 언론사의 장모 기자는 ‘검찰이 헌법재판소를 압수수색했다’고 오보를 썼다. 검찰은 헌법재판소를 압수수색한 것이 아니고 헌재 파견 판사의 이메일을 압수수색한 것이었다. PD수첩은 이 오보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해당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사정을 설명한 통화 내용을 ‘피의사실 흘려주기’라는 취지로 왜곡 보도했다. 오보를 바로잡는 것을 피의사실 공표라고 해석하지는 않는다. 법무부는 심지어 중대한 오보를 작성하는 경우 검찰청 출입을 제한하는 내용의 ‘형사사건 공개 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만들어 지난 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개혁안’이라며 만든 규정이다. 해당 규정 제2절 제9조에는 “오보가 실제로 존재하거나 발생할 것이 명백하여 신속하게 그 진상을 바로잡는 것이 필요한 경우 사건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검찰은 또 “PD수첩은 동의 받지 않은 출처 불명 녹취를 발언 상황에 대한 설명을 생략한 채 편집해 방송했다”며 “당사자에게 어떠한 확인요청을 한 바도 없다”고 비판했다. 여기서 당사자는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말한다. PD수첩은 한 언론사 기자와 한동훈 부장과의 통화 내용을 공개하며 한 부장이 마치 기자들에게 피의사실을 ‘흘려’주는 것처럼 보도했다. 하지만 이는 오보 대응이었거나 타사 보도에 대해 정상적 범위 내에서 확인을 해준 것에 불과했다. 게다가 취재원 간의 통화 내용을 다른 언론사에 제공하는 것은 초유의 일이다. 언론계 관계자는 “통화 내용을 직접 건넨 것이라면 해당 기자는 ‘취재원 보호’를 하지 않은 것”이라며 “기자라고 볼 수도 없다”고 비판했다.
PD수첩의 왜곡은 이 뿐만이 아니다. PD수첩은 대검 대변인이 PD수첩 취재에 답변한 적이 없는데도 대변인이 직접 취재에 응해 인터뷰를 한 것처럼 보도했다. 이는 의도적으로 ‘거짓 보도’를 한 것이다.
PD수첩은 또 서울남부지검의 언론 브리핑에서 MBC PD가 질문을 한데 대해 검찰기자단이 MBC 측에 항의를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항의를 한 검찰기자단을 비판하는 취지로 보도했다. 그런데 서울남부지검 언론브리핑에 참여하는 기자들은 검찰기자단이 아니고 경찰기자단이다. 검찰기자단은 서울중앙지검과 대검찰청만 취재한다. 서울남부·동부·북부·서부 지검은 경찰기자단이 출입하는 곳이다.
언론계와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보도가 이뤄진 배경을 의심하고 있다. MBC에도 기자들이 있다. 소속 기자들에게 확인만 거쳐도 걸러질 수 있는 부정확한 보도를 PD수첩이 방송한 것은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해당 방송에는 임현주 MBC 기자가 직접 출연했다. 임 기자는 방송에서 검찰기자단과 검찰의 유착관계를 기정사실화하며 비판했는데, 그는 대검찰청 출입기자단의 대표를 뽑는 선거에 단독 출마했다가 낙선한 적이 있다. 당시 출마하며 검찰과 기자단의 취재 관행을 바꾸겠다는 식의 언급은 한 적이 없다고 한다.
검찰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조국 전 장관,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정권 실세들에 대한 수사를 흔들기 위해 해당 방송이 편파적으로 이뤄졌다고 본다. 실제 지난 1일부터 시행된 ‘형사사건 공개 금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검찰은 브리핑과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한 공보 업무를 대부분 중단한 상태다. 법무부가 피의사실 공표를 막겠다고 만든 개혁안이 이미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1년 전 이뤄진 사법농단 사건 사례를 들어 PD수첩이 이 시점에 비판 보도를 한 이유를 이해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