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직’ 꿈 이룬 소방관, “특별승진, 순직자 예우 확대” 축포(종합)

입력 2019-12-04 10:32 수정 2019-12-04 10:32
대형재난 발생하면 지자체 넘어 국가차원 대응
단 시·도지사와 인사·지휘권 갈등 여지 남아
진영 행안부 장관 “국민 성원에 감사”
진영(왼쪽) 행정안전부 장관이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소방관 국가직화 향후계획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정문호 소방청장과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 오주환 기자

내년 4월 1일부터 전원 국가직으로 전환되는 소방관들의 처우 개선이 본격화된다. 특별승진 비율을 5배 늘리고, 순직자·공상자 예우를 강화한다. 화재진화수당이 오르고 교육·치료 여건이 개선된다. 인력과 장비도 풍족해진다.

행정안전부와 소방청은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합동 브리핑을 열고 ‘소방관 국가직화’ 향후 세부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달 19일 관련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중앙직·지방직으로 나뉘어 있던 소방관들이 모두 국가직으로 전환됐다.

‘소방관 기 살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2022년까지 ‘승진인원의 2%’였던 특별승진 비율을 경찰과 비슷한 수준인 10%까지 끌어올린다. 월 8만원의 화재진화수당도 내년부터 18만원으로 10만원 올린다.

소방공무원 순직·공상자에 대한 예우를 강화한다. 훈련 과정에서 다치거나 숨져도 화재 진압 순진·공상자와 동등한 연금을 지급하는 방안 도입을 추진한다. 국립묘지 안장 자격을 완화하고, 순직 입증 책임을 유족에서 국가로 전환할 계획이다. 일정 질병은 ‘직무 관련 질병’으로 미리 정해놔 해당 질환자는 바로 공상으로 인정받도록 할 방침이다. 부상자가 아닌 질환자도 특별 위로금을 지급하도록 할 예정이다.

소방공무원 공사상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2020년까지 현장안전점검관을 소방서별로 3명씩 100% 배치한다. 2023년까지 ‘소방관 병원’격인 소방복합치유센터와 ‘연수원’ 격인 소방수련원을 설립한다.
정문호(가운데) 소방청장이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소방관 국가직화'와 관련한 향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오주환 기자

시·도별로 다른 소방행정배상책임보험과 소방공무원단체 보험 통합을 추진한다. 보험료는 낮추고 보상범위를 높이는 방식으로 개선할 방침이다. 교육수준의 편차를 줄이기 위해 전국 8개 지방소방학교를 2020년부터 통합관리한다.

소방관 국가직화 법안 통과에 따라 내년 소방관 인건비는 3459억원 늘어난다. 지방자치단체의 소방 예산 편성 의무를 늘린 법안은 2021년부터 시행된다.

늘어난 예산에 따라 소방청은 현장부족인력 2만명을 2022년까지 충원한다. 시·도 소방본부는 실국단위에서 시도지사 직속부서로 격상된다.

소방관 국가직 전환에 따라 대형재난 대응력이 향상될 전망이다. 기존 광역대응에서 국가단위 총력대응체계로 전환된다. 시·도 경계를 초월한 공동대응으로 타 시·도라도 재난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소방서가 출동하게 된다. 아울러 대형재난 시에는 ‘최고수위 우선대응’ 원칙에 따라 총력대응이 이뤄진다. 소방청장은 법적으로 시·도 소방본부장과 소방서장을 직접 지휘·감독할 권한이 생긴다.

다만 예산을 지원하고 실질적인 인사권을 가진 시·도지사와 지휘체계·인사권 충돌 가능성이 남아있다. 소방 예산은 정부와 지자체가 분담하고, 인사권은 소방청장이 지자체에 위임하는 구조다.

예컨대 경기도와 강원도에서 동시에 큰 불이 났을 때 소방청은 강원도 불을 먼저 끄자고 판단할 수 있지만 경기도에서 거절할 수 있다. 이번 국가직 전환에 따라 소방청장의 법적 인사·지휘 권한이 명확해졌지만, 현실적으로 시·도시자의 의사를 무시하긴 어려운 셈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운영의 묘를 살려 보겠다”고만 말했다.

소방청장의 지휘권이 발동하게 되는 ‘대형재난’의 기준도 애매하다. 재난 초기에는 대형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소방청 관계자는 “나름대로의 매뉴얼이 있다”며 “기준을 보완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2020년까지 119통합상황관리시스템을 구축해 시·도별 분산된 상황관리를 일원화하고, 전국 소방자원과 적응성 있는 장비를 현장에 즉시 투입한다.

장비관리도 효율화된다. 각 시·도별 분산운영되고 있는 소방헬기의 전국통합보험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2021년에는 항공부속장비에 대한 일괄구매를 추진하고 2025년까지 완전한 국가통합 운영시스템을 구축한다. 시스템이 구축되면 사고현장 최근접·최적정 헬기를 신속하게 현장에 투입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소방장비의 시·도별 개별구매방식을 개선해 2021년부터는 중앙을 통한 일괄구매로 가격과 성능 경쟁력을 강화한다.

대국민 서비스도 보강한다. 모든 국민이 안전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농어촌 등 소외지역을 중심으로 교육전문요원 600여명을 집중배치한다. 구급대가 없는 면단위 농·어촌 지역에는 2022년까지 구급대를 모두 배치한다. 또한 119구급대 3인 탑승률을 100%로 올리고 구급대원 응급처치범위를 확대한다.

진영 행안부 장관은 “국민 성원에 감사드린다”며 “추가 재원 확보 방안을 마련하는 등 안전에 대한 국가 책임을 확대하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문호 소방청장은 “안전에 중앙과 지방이 따로 일 수 없다”며 “차질 없이 국가직화를 마무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