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주한미군 주둔 비용 중 한국이 부담할 몫을 정하는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4차 회의를 앞두고 한국 정부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10차 SMA의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연말이 다가오고 있지만, 이달 중 협상이 타결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4차 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정은보 방위비분담협상대사는 2일(현지시간) 덜레스국제공항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합리적으로 공평한 방위비 분담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앞으로 인내를 갖고 논의해 간다면 (한·미가)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SMA 틀 범위 내에서 논의돼야 한다는 입장은 여전히 갖고 있다”면서 “(SMA 틀에) 변화가 없도록 하는 것이 우리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4차 회의는 3∼4일 이틀간 열린다.
앞서 지난달 19일 서울에서 열린 3차 회의가 파행으로 끝나면서 이번 4차 회의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당시 제임스 드하트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는 회의 개시 80분 만에 자리를 떴다. 이후 양국 대표가 기자회견을 각각 열어 유감을 표명하는 등 SMA 협상에서 한·미가 공개적으로 격돌하는 이례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정 대사가 협상 테이블에 앉기도 전부터 또다시 원칙적인 입장을 강조한 것은 미국 측의 과도한 인상안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은 올해 분담금(1조389억원)보다 5배 이상 많은 47억 달러(약 5조5300억원)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측은 지난 3차 회의 때 올해보다 4% 인상하는 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정 대사가 SMA 틀을 강조한 것은 미국이 추가로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진 역외 훈련 비용, 미군의 한반도 순환배치 비용 등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양국 간 입장차가 여전해 4차 회의에서도 타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 대사는 연내 타결 가능성에 대해 “연말까지는 타결되는 게 원칙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협상은 논의 과정에서 결과가 예상보다 좀 달리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예단해서 말씀드리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연내 타결이 원칙이지만 한·미 간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SMA 협상이 해를 넘겨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도 3일 SMA 협상과 관련해 “서로 신뢰하는 가운데 타결될 수 있도록 협상이 진행 중”이라며 “한·미 양국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미 군사전문 매체 ‘디펜스뉴스’에 ‘상호 보강적(reinforceable), 미래지향적인 위대한 한·미동맹’을 주제로 기고한 글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특히 정 장관은 “세계 최고 수준의 험프리스(경기도 평택의 주한미군 기지)를 건설함으로써 한국은 주한미군의 안정적인 주둔 여건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고 말했다. 이어 “방위비 분담과 연합 연습·훈련, 해외 파병, 최첨단 무기체계 구매를 통해 한국은 한·미동맹과 연합 방위 능력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가 미 정부와 주한미군에 직·간접적인 지원을 상당히 많이 하고 있고, 방위비 분담금 증액 협상에서 이 같은 한국의 기여가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는 취지다.
이상헌 김경택 기자,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