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울산 건설업자 김모(55)씨의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 고발 과정에 대해서도 전후 사정을 들여다보고 있다. 김씨의 고발과 함께 경찰 수사팀 교체가 이뤄진 점, 청와대로부터 경찰청에 ‘기존 수사팀 부진’ 내용이 담긴 범죄첩보가 하달된 점은 의혹을 키웠다.
김씨 사건을 새로 맡은 수사팀장 B경위는 김씨의 아파트 신축사업 이익 내용을 공유하는 등 오래 전부터 친분이 있는 사이였다. 김씨와 이 수사팀장은 이후 나란히 구속됐다. 수년 전 김씨와 이 수사팀장이 사업 수주를 위해 김 전 시장 측을 협박했던 일 등이 드러나면서다. 두 사람은 현재는 구속기간 만료와 보석으로 불구속 상태다.
3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17년 9월쯤 울산경찰청 과장급이던 A총경이 김씨에게 “재수사를 성실히 하겠다”는 전화를 한 뒤 김씨와 경찰은 급속도로 유착되는 모습을 보였다. 새로 김씨의 고발 사건을 맡은 B경위는 애초 김씨 외삼촌의 소개로 김씨를 알던 이였다. 두 사람은 2017년 4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535차례 전화통화를 한 사이였다.
B경위는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찰의 김 전 시장 수사 착수 근거가 된 김씨의 고발장 작성 과정에 도움을 줬다. 김씨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B경위가) ‘변호사법위반에 해당하는 것 같다’고 얘기해 고발장을 만들어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는 “도장도 같이 가져갔어야 하는데 접수하려 보니 없어 그냥 지장을 찍어 제출했다”고 기억했다.
김씨는 기존 수사팀장이 B경위로 바뀐 이유에 대해 “경찰이 ‘30억 용역계약서’를 접수받은 적이 없다고 거짓말했다가 발견돼 난리가 났다고 들었다”고 했다. ‘30억 용역계약서’는 김씨의 분양관리 업무 등을 김 전 시장 동생이 도와주면 30억원을 용역비로 지급한다는 내용의 계약서다. 김씨는 이 자료가 2017년 7월쯤 제출됐지만 울산경찰청 내부에서 “제출받은 바 없다”는 허위보고가 이뤄져 수사팀이 개편됐다고 했다.
다만 B경위의 전임인 기존 수사팀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해당 계약서를 보지 못했다”고 했다. 오히려 이 용역계약서는 향후 울산지검 수사를 통해 B경위와 김씨가 수년 전부터 김 전 시장 측을 협박하기로 한 무기였음이 드러난다. 검찰에 따르면 B경위와 김씨는 “용역계약서 존재로 인해 변호사법위반 문제에 연루될 수 있다”고 말하는 식으로 김 전 시장 형제를 협박키로 2015년 2월 공모했다.
실제 B경위는 2015년 3월 김 전 시장의 비서실장 친형을 찾아가 “김씨가 받은 각서가 있다”며 “시장도 타격을 받게 되고, 비서실장도 쫓겨난다”고 말했다. 그는 이때 “내가 경찰을 평생 할 것도 아니고 이 건만 잘 되면 나도 한몫 잡을 수 있다”고도 말했다. 울산시가 김씨 경쟁업체의 건설 사업 승인 신청을 반려하라는 강요였다. 하지만 김 전 시장의 비서실장은 김 전 시장에게 이 협박을 전달하지 않았다.
B경위는 김씨에게 공무상 비밀을 누설한 혐의도 받고 있다. 김씨는 2017년 11월 울산경찰청에 경쟁업체 관계자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는데, 경찰 신청 압수수색영장은 울산지검에서 혐의 소명 부족 이유로 기각됐다. B경위는 다음 날 김씨를 울산경찰청 2층 조사실로 불러 검사의 영장 기각 결정서를 보여줬다. B경위가 지난해 1월 김씨에게 몰래 보여준 울산경찰청 내부 문건 중에는 ‘김기현 시장 등 변호사법위반 수사 착수 보고’도 있었다.
울산=허경구 기자, 구자창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