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수 감찰무마 의혹, 대놓고 ‘깜깜이 수사’하겠다는 검찰

입력 2019-12-03 17:45

검찰이 청와대 민정수석실 등 정권 실세를 겨냥한 수사를 사실상 ‘깜깜이’로 진행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형사사건에 대한 공개 여부 결정을 검찰이나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이하 심의회)에서 전담하게 되면서 ‘밀실 수사’의 우려가 더욱 커졌다.

서울동부지검은 3일 기자간담회에서 전날 열린 심의위를 통해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감찰 무마 수사 내용을 어느 범위까지 공개할지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사팀이 수사 내용을 공개할지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정규영 동부지검 전문공보관은 “(유 전 부시장 수사와 관련해) 언제 어떻게 공보할지 아직 알 수 없다. 수사팀이 공보가 필요하다고 알려와야 한다”고 말했다. 심의위가 의결돼도, 해당 수사팀이 유 전 부시장 사건을 공개하는 것을 거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정 공보관은 “형사사건은 비공개가 원칙”이라며 “다만 국민의 알 권리 등 공익적인 차원에서 공개해야 한다고 결정되면, 보도자료를 통해서만 공개된 장소에서 공보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자가 전문공보관과 연락하는 경우에도 “공보 내용이 서면으로 증거가 남아야 하기 때문에 전화는 안 되고 문자로만 할 방침”이라고 선을 그었다.

수사 관련 오보를 사전에 대응할 수 있는 방침도 사실상 전무하다. 수사를 맡은 검찰 뿐 아니라 전문공보관에게 사건 관련 사실 확인을 받는 행위가 불가해지기 때문이다. 정 공보관은 “아마 기자가 사실에 기초해 (취재하고) 확인한 걸 쓸 수 있지 않나(싶다)”며 “저도 기본적으로는 수사 내용을 모른다”고 말했다. 다만 오보 대응이 긴급하게 필요한 경우에는 심의회를 건너뛰고 수사팀이 공보관에게 관련 공보를 요청할 수 있다.

심의회가 구체적인 수사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공개 범위를 정하는 게 적절하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 공보관은 “심의회 위원들은 사건 개요는 파악해야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모를 수 있다”며 “해당 사건 내용을 공개하는 게 국민의 알 권리에 부합하는지를 파악하는 기구”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심의회는 수사팀이 제공한 정보로만 수사 공개를 결정하게 돼 ‘봐주기 수사’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검찰은 이 자리에서 심의위의 외부 위원 명단과 선임 기준 역시 공개하지 않았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