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인권법, 미·중 무역협상 발목잡나…12월 15일 관세 주목

입력 2019-12-03 17:2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류허 중국 부총리(왼쪽).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단계 합의’ 담판이 진행중인 미·중 무역협상에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홍콩 인권법)이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홍콩 인권법이 무역협상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대미 보복조치로 미국 군함의 홍콩 입항 금지에 이어 ‘블랙리스트’도 거론하는 등 총 공세를 펴고 있다. 하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유럽 동맹국들에게 ‘화웨이 배제’를 거듭 촉구하는 등 미국의 대 중국 압박은 계속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홍콩인권법 서명이 중국과 무역협상에 손상을 주느냐는 질문에 “더 나아지게 만들지는 않지만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언제나 협상하고 있다. 나는 우리가 있는 지점에 대해 매우 기쁘다”며 “중국은 합의하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더 낫게 만들지는 않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홍콩 인권법이 협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미국에서는 벌써부터 연내 1단계 무역합의가 무산되고, 미국이 오는 15일 156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15%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이날 폭스 비즈니스 인터뷰에서 “12월 15일이라는 논리적인 시한이 있다. 그때까지 아무일도 생기지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인상을 하겠다고 분명히 해왔다”고 경고했다.

그는 “소매업자들이 이미 재고를 비축했기 때문에 추과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크리스마스 시즌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관세를 추가로 매겨야 한다면 매우 좋은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에 검거된 홍콩 시위대.AFP연합뉴스

중국은 홍콩 인권법과 관련, 미 군함의 홍콩 입항 금지 및 5개 미국 비정부기구(NGO) 제제 등 보복조치를 밝힌 데 이어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인권 문제를 놓고도 미국에 강력 대응 방침을 거론하고 나섰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트위터 계정에서 중국이 곧 미국 기업 등이 포함된 ‘신뢰할 수 없는 실체 명단’(블랙리스트)를 발표할 것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밝혔다.

신문은 미 의회에서 신장 위구르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중국이 관련 기업을 포함한 블랙리스트를 발표하고, 대중 강경파인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 등 미국 개인과 기업을 제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신장 위구르 수용소에 수감된 소수민족 사람들.

홍콩·마카오 연구회의 판펑은 홍콩 인권법 보복조치와 관련, “해당 NGO 직원들이 홍콩을 포함한 중국에 입국하는 것이 금지되고, 홍콩 내 활동도 제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민대학의 미국전문가 댜오다밍은 중국이 NGO와 관련 있는 미국 외교관들을 조사할 수 있고, 이들 외교관이 계속 문제를 일으키면 추방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폼페이오 장관은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글을 기고해 “유럽은 5G(차세대 이동통신)와 관련해 안보를 최우선에 둬야 한다. EU는 중요한 네트워크와 관련해 중국 회사들을 신뢰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유럽 국가들이 그들의 중요한 인프라에 대한 통제권을 화웨이나 ZTE 등 중국의 ‘기술 거인’들에 넘겨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화웨이의 스파이 행위, 지적 재산권 탈취, 뇌물 수수 및 부패 관행 등 각국에서 연루된 문제들을 일일이 열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한국 기업인 삼성이 그렇듯 에릭슨, 노키아와 같은 유럽 기업들도 고품질과 가격경쟁력을 갖춘 5G 장비들을 생산하고 있다”며 “이들 회사는 공정하게 경쟁하는 합법적인 상업 행위자들”이라고 치켜세웠다.

화웨이 등 중국의 기술기업들은 미국의 견제가 심해지자 수학, 물리학 등 기초 과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러시아의 대학·연구소와 합작해 인공지능(AI)과 데이터 프로세싱, 클라우드 네트워킹 등 다양한 첨단 분야에서 공동연구를 진행하며 활로를 찾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