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고령 집주인 사망 등으로 늘어난 빈집이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특히 붕괴 위험이 있는 ‘위험빈집’ 철거에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이 투입되면서 향후 지방정부 재정 압박 우려도 나온다.
일본 NHK방송은 3일 전국 지자체가 지난해 위험빈집 67채를 강제철거하는 데 총 3억8000만엔(약 41억3200만원)이 들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 3년간 17배 늘어난 수치다.
일본은 2014년 ‘빈집 등 대책 추진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만들었다. 고령화와 인구감소, 주택노후화 등으로 발생하는 빈집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다. 빈집특별법 시행 후인 2015년 지자체가 위험 빈집을 철거하는 데 2200만엔이 들었지만, 2016년 1억4000만엔, 2017년 1억2000만엔을 거쳐 지난해 3억8000만엔까지 급증했다. 강제철거 건수도 2015년 9건, 2016년 37건, 2017년 52건, 2018년 67건으로 해마다 늘어났다.
빈집 철거비용의 급증은 노후화로 인한 위험빈집 증가에 따른 것이다. 통학로 인근 빈집의 지붕이 통학로에 떨어지거나 화재가 발생할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다. 위험 빈집은 태풍 등 자연재해에도 더 취약하다. 이 때문에 지자체가 사고 예방을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인적·재정적 비용이다. 집주인이 집을 관리하거나 처분을 해야 하는데, 대부분 소유자가 사망하거나 연락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지자체가 강제 철거를 대신 하더라도 비용을 회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90% 이상이다. 막대한 세금이 부과되는 것이다.
지바현 북동부의 가토리시에는 최소 120여채의 위험빈집이 확인됐지만, 대응하는 전속의 직원은 없다. 3명의 직원이 다른 업무와 빈집 업무를 겸직하고 있다.
가토리시는 위험빈집을 발견하면 건물의 등기를 보고 소유자를 특정해 연락한다. 하지만 애초에 등기가 없는 건물이거나 기재된 정보가 오랜 세월 갱신되지 않아 현재의 소유자를 알 수 없는 경우가 다수다. 소유자가 사망할 경우 호적을 조사해 배우자나 자녀를 찾아내야 하지만 관계자가 총 수십명에 이르는 경구도 있어 일일이 연락처를 찾아내거나 소유권을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다. 운 좋게 소유자를 확인해도 바로 수리나 철거에 응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가토리시는 빈집 특별법 이후 최소 약 1500만엔을 시에서 자체 부담했다.
빈집 문제 전문가인 노자와 치에 토요대 교수는 “시간이 갈수록 위험빈집은 증가할 것”이라며 “황폐하고 위험한 빈집이 방치될 경우 지역 주민의 생명과 재산이 빼앗길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철거 비용 증가가 지자체의 재정을 압박할 우려가 있다”며 주택은 개인의 재산이며, 소유자에 의한 해체를 지원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