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한국 경제 바닥쳤지만 회복 속도 매우 느릴 것”

입력 2019-12-03 15:39 수정 2019-12-03 15:47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바닥을 찍고 내년부터 반등한다고 봤다. 다만 그 폭이 높지 않다고 분석했다. 국내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황 전망이 내년에도 썩 밝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숀 로치 S&P 아태지역 수석이코노미스트(전무)는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저성장과 저금리, 새로운 환경의 시작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올해 한국 경기가 바닥을 치고 내년에 반등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성장세는 점진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로 제시했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연구원의 최근 전망(2.3%)보다 낮은 수치다. S&P는 지난 10월 발표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분기 보고서에서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2.1%로 전망했었다.

로치 수석은 “각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양적완화 정책과 미·중 무역분쟁의 부분적 합의 가능성, 전자 업종의 사이클 전환에 힘입어 한국 경제는 내년에 반등할 것”이라면서도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서 투자가 위축되고 물가상승률도 낮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행은 앞으로 기준금리를 1, 2회 추가로 인하해 1% 미만까지 낮출 수 있다”며 “가계의 부채 상환능력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S&P와 함께 세미나를 주최한 NICE신용평가는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로 추산했다. 내년에 40개 산업 가운데 17개 업종이 불리한 환경에 놓여 있고, 23개 업종은 중립적 환경일 것으로 관측했다.

최우석 NICE신용평가 평가정책본부 상무는 “40개 산업 중 17개가 부진하다는 건 상당한 신용부담이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며 “기업들의 신용등급 하향 압박이 내년에도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내수 업종의 위축이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최 상무는 “인구 감소와 가계부채 확대에 따른 소비 여력 저하로 의류, 외식, 주류 등의 업종이 불리할 것이다. 소매 유통은 실적 저하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