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전략적 밀월 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에 대해서는 “중국과 러시아의 내정에 간섭하고 주권을 위협하는” 세력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시 주석의 언급은 미국의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 제정 이후 격화되는 미·중 갈등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3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방중한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안보회의 서기를 만나 “복잡한 국제 정세에서 중·러는 긴밀하고 믿음직한 전략적 동반자로 서로 확고한 지지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이어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중국과 러시아의 내정에 간섭하고, 양국의 주권과 안전을 위협하며 경제·사회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그런 방식은 아주 잘못됐고 남에게 손해를 끼치고 자신에게도 이롭지 못하다’고 했다”면서 “어떤 세력도 중국인민과 중화민족의 전진하는 발걸음을 막을 수 없고, 러시아 인민도 외부세력의 간섭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굳건히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중·러는 전략 안보 협상과 안전 협력을 통해 상호 신뢰를 증진해야 한다”며 “각자의 핵심 이익과 안전을 함께 지키고 지역 및 세계 평화를 수호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에 대해 파트루셰프 서기는 “중·러 관계가 견고해 누구도 깰 수 없다”면서 “최근 미국의 정책은 중·러 양국에 손해를 끼치며 국제 질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 주석은 같은 날 화상 연결을 통해 푸틴 대통령과 함께 러시아 동시베리아 천연가스를 중국에 공급하는 ‘시베리아의 힘’ 가스관 개통식을 가졌다.
개통식은 러시아 남부 소치의 푸틴 대통령과 베이징의 시 주석, 양국 국경 지대의 가압 기지를 연결하는 TV 화상 회의 형식으로 진행됐다.
시 주석은 화상 연결에서 “동부 선로 천연가스관은 중·러 에너지협력의 상징적 프로젝트이며 양국 간 융합과 상생의 모델”이라고 극찬하며 “전 세계에 양국 협력의 큰 성과를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도 양국 수교 70주년에 동부 선로 천연가스관 개통은 중대한 역사적 의의가 있다면서 양국 간 전략적 협력이 격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약 3000㎞에 이르는 시베리아의 힘 가스관은 시베리아 이르쿠츠크와 야쿠티야 공화국의 2개 대형 가스전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를 러시아 극동과 중국 동북 지역까지 보낸다. 우선 1단계로 2200㎞가 개통됐고, 향후 2단계로 800㎞ 가스관이 가동될 예정이다.
러시아는 시베리아의 힘 가스관 ‘동부노선’을 통해 연간 380억㎥의 천연가스를 30년 동안 중국에 공급할 예정이다. 공급할 천연가스는 야쿠티야의 차얀다 가스전을 사용하고,이어 2023년쯤부터 이르쿠츠크 코빅타 가스전 가스를 보태 공급량을 크게 늘리기로 했다.
러시아 국영가스회사 가스프롬과 중국 석유천연가스집단(CNPC)은 2014년 5월 가스 공급 조건에 합의하고 같은 해 9월부터 시베리아의 힘 가스관 건설에 들어갔다. 전체 계약금액은 4000억 달러(약 472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